스콧 스니브는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설치미술가다. 그는 놀란 만한 아이디어로 나를 놀라게 했다. "와! 신기하다"라는 탄성이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게 만드는 작품으로 나를 설레게 했다.
스콧은 우리가 매우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분리한다. 환경과 현상 그리고 상호의존적으로 얽힌 부분들을 끄집어내 나와 개인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고 교류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작가와 관객들이 구조적으로 얽힌다. 관객들도 작품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예술적 체험을 경험한다. 그의 작품이 '구경꾼 사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스콧의 작품은 이미지의 움직임에 기조를 두고 있다. 아주 복잡한 아이디어로 제작한 작품도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은 미니멀하다. 난해한 이미지보다는 낱말과 형태, 상황과 체험으로 전달한다.
그의 작업은 실험적인 영화 제작자로 공부했던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아 추상영화처럼 실험적이기도 하다. 셀룰로이드 필름을 긁어낸 것처럼 이미지를 겹치고 찢어내는 표현 기법은 일정한 미술 전통을 넘어선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디지털적인 실험과 탐구를 통한 존재와의 교전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만 자세히 살펴 봐도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을 구성하는 물질과 구조, 언어, 정신적 영역 등은 모두 다른 사람과 환경, 물질과의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생성되고 성장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인적인 영광이나 기쁨, 조악한 감정마저도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모두 완성됐다고 생각하고 잘난 척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스콧 스니브처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밝히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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