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제라르 프로망제(Gerard Fromanger) - 권위에 반기든 혁명예술가

이동권 2022. 8. 14. 00:10

대중의 삶과 죽음 The Life and Death of the People,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1975/1977, 작가소장 ⓒGerard Fromanger


제라르 프로망제는 신구상미술의 선구자이자  프랑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화가다. 그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당대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들을 예술의 주제로 다루며, 꼴라주, 영화, 매스 미디어, 광고, 만화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미지를 구성한다.

프로망제는 1968년 5월 프랑스 문화혁명 이후, 독립적인 정치적 저항 노선을 지켜온 신념가이며, 자국의 이라크전 파병 반대 여론을 이끌어온 지도자다. 그는 '서로 몸을 맞대고...오렌지' 등 전쟁 시리즈 작품을 통해 평화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반미반전 기조를 세계적으로 표방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는 정치와 전쟁, 현대인의 욕망과 삶 등이 사진적 리포트 방식으로 기록돼 있어, 파란만장했던 현대사를 살아온 지성인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한다.

 

존재 Existenc, 캔버스에 유채, 130×195cm, 1976, 개인소장 ⓒGerard Fromanger


1968년 5월 프랑스. 기성의 모든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문화혁명이 일어났다. 문화혁명은 처음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했으나 사르트르 등 당대의 지성인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시민사회운동으로 확산되면서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문화혁명 후 프랑스 사회는 도덕과 가치관, 제도 등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됐으며, 미술계도 문화혁명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시기에 프로망제는 '살롱 드 떼', '앨범 적' 등의 판화작품 시리즈를 발표한다. 이 작품들은 회화와 사진을 접목한 것으로, 배경 이미지에 정치적 사건, 영화, 일상생활 등을 실루엣으로 접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진행된 신구상미술은 프로망제의 친구 에로와 자끄 모노리가 동참하면서 미국식 추상미술의 독주를 막는 역할을 담당했다.

20세기 유럽 미술에서 가장 창의적인 미술사조로 이름을 날린 신구상미술은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권위적인 시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1971년부터 프로망제는 세계 곳곳을 돌며 전시회를 열었고, 각국의 화단으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74년에 발표한 작품 '중국 후치안에서'와 1980년 퐁피두 센터에서 전시한 '모든 전원이 연결된' 작품 시리즈는 단연 돋보인다. 

1990년대 들어 프로망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처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성장한다. 이 시기에 그는 기존에 사용하던 주제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인 작품 '모든 색으로부터, 역사회화'를 완성했다. 이어 '노란색으로 표현한 바스티유 광장', '파란색으로 표현한 토스카나 풍경', '붉은색으로 표현한 누드화' 등을 발표하면서 신구상미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프로망제는 개인과 민족의 자유에 경의를 표하고 이것을 표현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회화란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내 자신의 욕망에 의해서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I Am Painting Only for My Own Desires,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1979, 개인소장 ⓒGerard From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