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각나무

인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씽씽), 자전거(따릉이) 어떠세요?

이동권 2022. 8. 8. 16:00

서울시에서 운용하는 서울자전거 홈페이지 화면이다. 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사진은 모두 한강 둔치에 잘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모습이다. 보행객으로 북적이는 인도를 달리는 따릉이 사진은 없다. 왜일까?



인도를 걷다 전동 킥보드(씽씽) 엔진 돌아가는 소리, 자전거(따릉이) 체인 돌아가는 소리에 자주 놀란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한다는 운송수단들 때문에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재수 없는 날에는 킥보드와 자전거가 앞뒤에서 한꺼번에 나타난다. 킥보드 운전자는 헬멧을 쓰지 않는 것도 모자라 2명이 타고 있다.

 

킥보드는 자전거도로가 아니면 도로 우측에서 달려야 한다. 인도에서는 안된다. 자전거는 인도에서 이용 가능하지만 보행객들을 위해 인도 운행은 자제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킥보드나 자전거 모두 전용도로에서 달리는 거다. 그런데도 인도가 마치 자기들 전용도로인양 '비켜라'고 벨을 울려댄다.

 

씽씽이나 따릉이에게 교통수단의 역할을 시키려면 제대로 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인도는 사람이 우선이다.

킥보드, 자전거는 24시간 인도를 활보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닌다. 나는 건물 사이를 내달리다 자동차에 부딪쳐 땅바닥에 곤두박질하는 킥보드도 봤고, 인도를 달리다 턱에 걸려 그대로 고꾸라지는 자전거도 봤다. 뉴스에서만 봤지만 큰 사고로 황천길로 가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킥보드와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기에는 곳곳에 도사린 위험요소가 많다. 전용도로가 있다고 하지만 원래 있던 길을 쪼개 만들어 협소한 데다 끊어진 부분도 많다. 정작 필요한 지역이나 건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육교나 지하도, 다리가 나타나면 운전자들에게 민폐만 끼친다.

 

전용도로가 차도 옆에 있는 경우는 차에 칠 위험이 매우 높다. 버스 승강장에서는 피해가야 하며, 킥보드나 자전거에 대한 운전기사들의 배려부재로 다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킥보드나 자전거 운전자도 똥배짱이 많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면 비켜줘야 하지만 아무리 수신호를 해도 잠시 멈춰 기다리는 이는 드물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어떠한가? 킥보드나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하는데, 그대로 타고 가면서 보행객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전속력으로 질주해 두려움을 유발한다.

 

킥보드와 자전거는 전용도로가 없으면 인도로 올라온다. 보행객들은 인도를 달리는 킥보드나 자전거 때문에 통행이 불편을 느낀다. 종종 충돌 사고도 생겨 '왜 킥보드나 자전가가 인도를 다니냐'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교통수단으로 킥보드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 킥보드, 자전거 출퇴근은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공원이나 한강 둔치처럼 전용도로가 잘 갖춰진 곳에서 타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눈에 보이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최소 교통분담률 10% 이상을 담당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보호화 웰빙의 기치를 내세울 수 있는 행정철학이 절실하다. 킥보드와 자전거를 생활화하려면 운전자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전용도로를 만들고 늘려야 한다.

 

생활수준과 복지수준은 자전거와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것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