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영적인 역할을 중시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종교는 사회변혁운동으로부터 멀리 있었고, 사회 전반에 대한 진보적인 인식도 부족해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경향마저 있다.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종교 간의 대립이 심하고 다른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협하기도 하다. 기독교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쓰나미라는 재앙이 찾아왔다는 한 목사의 설교는 타 종교와의 마찰과 견해를 포용하려는 관용의 미덕에서 무지에 가까워 보인다.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개인의 복덕과 영적 구원에 집착하거나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이 부재한 것은 종교의 과도한 부작용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교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그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견과 달리 정치 사회적인 힘과 권력으로 새로운 위치를 차지했다.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이라크인들의 한 축엔 이슬람이라는 민족종교적인 요소가 저항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의 형식을 빌린 대립의 양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계가 전쟁의 포화에 무너지고, 자본의 힘에 고꾸라질수록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각성은 더욱 필요하다. 종교는 타종교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위기의식을 고민해야 하며 종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거나, 비종교적인 것을 배척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종교는 인간에 대한 문제를 화두로 내세우는 만큼, 인간 세계에 대한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있음은 자명하다. 그것은 천당에 가고 윤회하는 것, 영적이나 도덕적인 완성만을 위해 종교의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더욱 잔혹한 폭력을 양산해내는 인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가 나서야 할 때가 왔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와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까?
한국에서 종교의 직접적인 사회적 역할 특히,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어떤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인간세상을 구원한다는 종교의 지향점을 살펴본다면 결코 동떨어진 가치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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