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조성하 배우 - 착한 신스틸러에게 세 가지를 배우다

이동권 2024. 6. 21. 17:01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조성하 배우


조성하 배우가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 출연할 때였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오래 기다려야 해요, 현실적으로 서면 인터뷰가 좋습니다.” 그 당시 조성하 배우는 영화, 드라마, 시사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나는 서면 인터뷰로 방향을 틀었다. 

조성하 배우는 스크린에서 절제된 카리스마로 주목을 받았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촬영장을 압도하는 무게감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깊이를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를 최고조로 업그레이드하는 건 역시 ‘선한 인상’. 그의 엇구수하고 눅지근한 인상은 시쳇말로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든다.’

나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세 가지를 배웠다. ‘유머 감각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라.’,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에 관심을 품어라.’, ‘상황에 맞게 변신하면서 최선을 다해라.’, 

 

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즐겁고 재밌는 인터뷰를 원했을지 모르겠지만 조성하 배우가 가지는 중량감만큼이나 조금은 무거운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삶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를 한 번 되돌아보자는 의도였다.

유머 감각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라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유머와 미소가 많다.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다. 하루 종일 인상 쓰고 다니면서 일하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정작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조성하 배우는 주위 사람들에게 유머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유머란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성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에 10번씩 다른 사람을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지금 주어지는 것을 원만히 잘 소화해 나가고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무엇이 되겠다는 것보다 지금에 충실하면 좋은 미래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여유를 스스로 만들고  현실에 충실하는 사람이 성공에 이르는 길도 가깝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세상에 내어놓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 한 사람의 노력이 주위를 아주 밝게 만들고, 좋은 성과도 내게 만든다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에 관심을 품어라

조성하 배우는 배우로서 변신을 많이 했다. 내가 그와 인터뷰를 했을 당시 그는 MBC 시사 프로그램 ‘사사현’ MC로 도전했다.

“배우로서 시사프로그램의 MC가 시기적으로 부담스러웠다. 또 본업을 하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라 (배우 인생에) 큰 도움이 될까 처음에는 우려했다. 여러 군데서 다양한 제의가 들어오다 보니, 시사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본다는 것을 깊게 생각하게 됐다. 늘 작품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작품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스스로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돌아볼 시기가 됐다고 느꼈다. 또 내 나이가 이제는 주변에 관심을 가질 때도 됐고,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따뜻하게 전달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판단도 했다.”

조성하 배우는 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예를 들면방송에서 소개될 사연을 한참 가슴 아픈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오늘은 따뜻한 걸로 입어야겠다.”며 의상을 선택했다.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성품은 천금을 주고도 얻지 못한다. 아마도 이런 진심 어린 마음 씀씀이가 그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상황에 맞게 변신하면서 최선을 다해라

조성하 배우는 참 맑은 사람이다. 눈빛도, 표정도 맑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무기력한 영혼에 생동하는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그가 무작정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세차고 힘찬 카리스마도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연기 그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배우 조성하가 세상이야기를 한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 배우다. 세상에 나쁘고 악한 것을 끄집어내는 것보다 시사프로그램도 좀 더 사람이 보이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시사프로그램은 중장년층이나 지식인만 본다는 선입견이 크다. 조성하 배우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또 저녁시간에 방송되는 데다 젊은 시청자들도 많다는 판단 하에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도록 변신을 시도했다. 시청자들도 이제는 꽤 그의 변신을 즐긴다.

“혼자 하는 남성 진행자의 경우 딱딱하고 경직돼 보일 수밖에 없다. 일단 혼자이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부분부터 편안함을 주도록 했다. 때문에 세상이야기를 어둡고 딱딱한 느낌으로 전하는 것보다는 편안함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상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나는 조성하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낙관적인 마음을 읽었다. 조바심을 내고 살아봤자 안 풀릴 일이 풀리지 않는다. 마음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나쁘거나 싫은 것도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마음에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을 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성취도 찾아오지 않는다.

성품이 밝고 고운 사람에게도 비관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어둡고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낙관적인 사람이다. 밝고 건강한 사람의 주위에 사람이 모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단일수록 일도 잘한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 찾고, 현실에서 실천하며, 모든 일에 낙관적으로 임하는 조성하 배우처럼.

 

연예가중계와 인터뷰하는 조성하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