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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성숙한 것을 꿈꾸며

이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순수하게 관찰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떠한 삶을 살든지 인간의 숙명과 비애를 인내하면서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세상에 이름을 빛내거나 기름진 물질을 채우기 위해서도, 나의 나약함을 극복해주는 것에 이끌리거나 추종하면서 안식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었다. 삶의 고해와 슬픔을 그저 작은 몸과 가난한 정신 탓으로 돌리며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목표나 본능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그것에 두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단순하고 고지식한 인생이 어쩌면 더욱 아름다울 ..

책/밥줄이야기 2021.04.03

밥줄이야기 -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우리는 왜 인생의 마지막에 도달하기 전까지 주의 깊고 진지하게 자기가 가는 길에 대해 생각하지 못할까. 이제는 삶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불가해하게 뻗쳐 있던 길에 환한 등불이 밝혀지리라. 이 책은 소와 돼지를 잡는 도부를 비롯해 때밀이, 누드모델, 바텐더, 무명가수, 로프공, 트럭노점상, 교도관, 우편배달부, 밴드 마스터, 산불감시원, 무당(무속인) 등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낸 이유는 불현듯 삶이 괴롭고, 산다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 우리 이웃의 삶을 둘러보면서 힘을 내기를 원해서였다. 또 사람들의 모진 곁눈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앞날을 열어가는 사람들을 재조명해보고도 싶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

책/밥줄이야기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