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경대 평전

022. 죽음의 전조

이동권 2021. 11. 15. 15:44

최루탄을 뒤집어쓴 학생들

 

4월 24일. 박광철 명지대 총학생회장이 상명여대에서 지지·연대 연설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불법으로 연행됐다. 학원자주화투쟁의 구심점이었던 총학생회장을 잡아들여 명지대사태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막아보려는 꼼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명지대 학생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시위를 조직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학생들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싸웠다. 격렬한 저항에 부딪치면 학교 측에서 등록금 인상을 포기하고 손을 번쩍 들 줄 알았다. 아니, 5% 미만이라도 인하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경찰과 한몸이 된 학교 측의 대응은 강경했다.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고, 타협안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집회 시작을 40여 분 남겨놓고 학교 앞에서 정찰 중이던 서부경찰서 정보과장을 잡았다. 경찰을 미끼로 총학생회장의 석방을 요구할 의도였다. 


“총학생회장을 풀어주면 정보과장을 풀어주겠다.”
“경찰은 학생들의 어떠한 제안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경찰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학생들은 맞교환 전술이 먹혀들지 않자 정보과장을 풀어줬다.


곧바로 전경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페퍼포그 3대와 사복전경 10개 중대 1,200명을 동원해 학교 주변을 에워쌌다. 그리고 학생들의 가두진출을 막으면서 최루탄을 난사했다. 


학교 안팎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져 흡사 전쟁터와 같았고, 강경대의 죽음을 예고하는 전조와 같은 것이었다.


집회가 끝난 뒤 70여 명의 학생들이 철야농성에 들어가면서 전경과 장시간에 걸친 대치 상황이 펼쳐졌다. 


다음날에는 500여 명의 학생들이 ‘학원자주화 완전승리와 타도 노태우 정권’을 외치며 가두진출을 시도했다. 

' > 강경대 평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4. 떨어지는 꽃잎  (0) 2021.11.15
023. 선미의 눈물  (0) 2021.11.15
021. 4부 - 떨어진 붉은 꽃잎  (0) 2021.11.15
020. 총학생회 진군식  (0) 2021.11.15
019. 명지대의 속사정  (0)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