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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 명량해전 직전 16일간 이순신은? 정세교, 김한민 감독 2015년작

이동권 2022. 10. 28. 00:44

명량:회오리바다를 향하여, 정세교, 김한민 감독 2015년작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이순신은 천운이 아니면 어려웠을 명량해전에서 통쾌하게 왜군을 물리쳤다. 정유재란은 임진왜란 중 조선과 왜의 화의교섭이 결렬되자 왜가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재침한 전쟁이다. 정유재란은 임진왜란 때보다 조선에 더욱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순신은 이듬해 왜군과 마지막 전쟁인 노량대첩으로 7년간의 왜란을 끝냈다. 

영화 <명량>은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고뇌하고 번민하지만 반대로 침착하고 신중한 장군의 내면을 잔잔하게 그렸다. 예를 들면 이순신은 수백 척의 함선과 수만 명에 이르는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노심초사하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내던지면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전장에서도 이순신의 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는 변함없었다. 왜선을 전멸시키는 전략은 슬기 그 이상의 우국충절로 반짝였다. 특히 물살을 이용해 왜군을 수장시키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백병전을 벌이고, 적재적소에 총통과 화살을 사용하는 모습은 지략가로서의 이순신을 발굴했다. 웃음기를 뺀 영화의 흐름은 이순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고하게 인식시켰다. 보통 상업영화는 흥행을 고려해 유머 코드를 집어넣기 바쁘다. 그런 면에서 <명량>은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을 어느 정도 깼다고 할 수 있겠다.  

<명량>은 영화다. 다소 과장되거나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이 없지 않다. 난중일기를 보면 총통과 화포로 싸운 것은 기록돼 있지만 백병전을 벌인 사실은 없다. 그럼에도 이순신을 민족의 영웅으로 평가하는데 어렵지 않다. 이순신은 실제로 존재한 장군이었고, 참혹했던 당시의 상황은 난중일기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이순신을 달리 평가한다. 이순신과 명량대첩을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승패와 관계없이 가치 없는 전투, 아니면 일본 수군이 이긴 해전 정도로 알고 있다.  

1천7백만 관객을 그러모은 김한민 감독과 <명량>에 출연한 배우 이해영, 오타니 료헤이, 장준녕은 이순신과 명량대첩에 얽힌 여러 가지 평가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직접 길을 나섰다. 이순신이 진주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돼 진도로 떠나는 여정, 그러니까 명량대첩이 있기 직전 16일간 450km의 노정을 파헤치고, 이것을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로 만들었다. 

감독 일행은 이순신의 험난한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진짜 장군의 모습을 발굴한다. 진주 손경례의 집에서 삼도 수군통제사 재임명 교지를 받은 심정, 청야책(淸野策)으로 군량미를 확보할 수 없었던 고뇌, 수군을 해체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선조의 명에 반박했던 기개, 울돌목 회오리치는 바다를 보면서 승리만을 생각하는 집중력 등 여러 모습의 이순신과 마주하면서 그가 조선 수군 재건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또 명량해전에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알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편이 찡해진다. 끔찍하게 죽어간 그 당시 사람들이 자꾸 상상이 돼서다. 이 영화는 이순신의 동선과 함께 왜군이 조선땅을 점령하는 루트를 소개하면서 얼마나 많은 조선 사람들이 왜군의 잔혹한 칼날에 숨졌는지 짚어준다. 모든 전장에서 조선의 군과 의병은 전멸했고, 시체에는 코가 없었다. 강항은 저서 『수은집』에서 정유재란 당시 왜군의 잔학상에 대해 “정유재란에 풍신수길이 여러 왜장들에게 명하여 코를 베는 것으로 수급을 대신하였으므로 왜졸들은 아국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빈번히 죽이고, 그 코를 베어 이것을 소금에 담아서 보냈다”라고 기록했다. 유성룡도 『징비록』에서 “이때 적이 삼도를 짓밟아 지나가는 곳마다 모두 분소하고 백성을 살육하였으며, 무릇 아국 사람을 보기만 하면 모조리 코를 베어서 공으로 삼고 겸하여 시멸했다”라고 기록했다.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는 박진감 넘친다. 영화 <명량>을 적절히 섞고, 근사한 영화음악까지 곁들여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컴퓨터 그래픽, 내레이션, 연출화면, 감독과 배우의 대화 등이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루할 틈도 주지 않는다. 이 다큐는 <명량>을 보지 않아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무척 재밌고, 뜨거우며, 무엇보다 배울 게 있는 다큐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특히 이 영화는 <명량>을 재밌게 봤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