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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미래 - 죽음의 땅 체르노빌에서 상상한 우리의 미래, 이홍기 감독 2013년작

이동권 2022. 10. 28. 00:48

후쿠시마의 미래, 이홍기 감독 2013년작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는 어떻게 변할까? 다큐 <후쿠시마의 미래>는 그 미래의 모습을 1986년 체르노빌 참사 현장에서 찾는다.

이 다큐는 원전 사고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했는지, 또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끊임없이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는 세계에 경각심을 심어준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원전 인근 지역은 불모지가 됐다. 원전에서 200km가량 떨어진 곳마저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수치가 나올 정도로 변했다. 불안에 떨던 일본인들은 시민조사단을 꾸려 체르노빌을 방문했다. 5년 내지 10년 후 후쿠시마 아이들과 우리의 건강이 어떻게 될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시민조사단을 태운 버스가 체르노빌에 들어서자마자 방사능 경보기가 여기저기서 울리며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시민조사단이 찾은 체르노빌은 끔찍했다. 사고 당시 첨단 도시였던 체르노빌은 폐허로 변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 폭발의 참사는 진행 중이었다.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인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대를 이은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강제 이주민들은 죽음의 공포와 실향의 슬픔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피폭 2세들은 병명조차 알려지지 않는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40년 넘게 방사능 피해를 연구한 오사카대학 노무라 박사는 이 다큐에서 말한다. "임신하기 전에 수컷에게 방사선을 쏘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쥐가 계속 대를 이어서 48대가 되었습니다. 겉보기는 아무렇지 않지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습니다." 

<후쿠시마의 미래>는 죽음의 땅이 된 그곳에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상상한다. 또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과 무모함을 경고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450여 기다. 이중 일본에는 55기, 한국에는 21기, 중국에는 13기가 있다. 한반도는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문제로 불안감이 가속화되고 있다. 후쿠시마의 비참한 미래는 우리의 태도 변화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