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난쟁이>는 누구나 다 아는 동화 <백설공주>를 새롭게 각색해 일곱난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백설공주는 들러리란 얘기다. 그런데 난쟁이들의 캐릭터 특성이나 유머러스한 상황, 이야기 구조가 직설적이진 않다. 초등학교 3학년은 돼야 웃고 즐길만하겠다.
<일곱난쟁이>는 여느 동화와 마찬가지로 선악구조다. 버림받은 왕비가 '델라모타'가 마녀가 돼 로즈 공주를 비롯해 왕국 전체를 얼려버린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로즈 공주를 향한 진실한 사랑의 키스가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그 대상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다. 이러한 설정은 아이들에게 금수저 물고 태어나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 귀족에 대한 쓸데없는 환상을 심어주지 않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동화도 여전히 현실이고 교육이다. 계급을 타파한 이 영화의 인물 설정은 아이들에게 사람을 권력과 재물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 선량한 마음을 심어줄 것이다.
특히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이 화제가 된 요즘, 신분의 귀천 없이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로즈 공주 언행은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일곱난쟁이>는 친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마녀가 수족처럼 부리는 용이 있다. 이 용은 마녀를 따라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복종해왔다. 그런데, 항상 못된 짓만 하다 보니 주위에 친구가 없다. 마음이 얼어버려 입에서 불조차 나오지 않게 됐다. 용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탭댄스다. 난쟁이 보보는 용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되고 그를 진정으로 품게 된다.
보보는 신발 끈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할 정도로 서툴고 어리숙한 난쟁이였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마음은 용을 감화시키고, 용의 도움으로 신발 끈 묶는 법을 알게 된다. 보보와 용이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은 이 장면으로 암시한다.
보보와 용의 우정은 관객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누는 사이고, 친구라면 결점조차 좋게 보이며, 친구끼리 함께 뭉치면 어려운 세상도 이겨낼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 인간의 마음속 상처에는 우정이 가장 최고의 치료약이며, 살면서 우정이 깊어지는 것을 걱정하거나 거부하지 말라고도 일러준다. 스스로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충고다.
눈여겨볼 점은 친구가 된 용과 일곱난쟁이의 대화와 행동이다. 모두들 순진하고 치밀하지 못하며, 한 가지씩은 부족하지만 불쾌한 농담을 하거나 놀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우리는 충고나 조언을 빌미 삼아 쉽게 친구에게 말을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불쾌한 얘기도 종종 건넨다. 물론 조언하지 않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타고난 성품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는 몹시 잠이 많고 행동이 느린 난쟁이가 등장해 실수 연발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것을 탓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웃어넘긴다.
역시 인간을 결속시키는 것은 이익과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신뢰다. 친구에게 이득을 얻을 생각을 한다면 애초에 버리는 것이 낫겠다. 결혼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일곱난쟁이>는 로즈 공주의 생일날, 성대한 잔치가 벌어진다. 거기에 개구리 왕자, 장화신은 고양이, 헨젤과 그레텔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이 하객으로 참가해 눈이 즐거웠다.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은 난쟁이는 키가 작은 사람을 낮잡아 부는 말로, 일상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하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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