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는 패전에 몰린 독일군과 미군의 지상전을 그린다. 적군에 대한 분노와 승리에 도취돼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현실로 전쟁의 참혹한 속성을 드러낸다.
철저하게 파괴된 도시, 팔다리를 잃고 신음하는 병사, 구멍 뚫리고 불에 타 죽어 널브러진 시체들. 영화 속 전쟁터는 딱 지옥이다. 군인들은 동료애와 헌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에만 혈안이 된 참황을 버텨내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 “닥치는 대로 다 죽여 버려. 남은 한 놈까지 다 쏴버려.”
특히 8주 동안 군생활을 해봤고, 탱크 안을 한 번도 본적 없이 전장에 투입된 신병 ‘노먼’의 갈등과 고뇌는 진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하루하루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고,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인간이 인간을 죽이도록 강요당하는 과정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사람 죽여 봤어? 곧 죽이게 될 거야. 독일 놈을 못 죽이면 쓸모가 없다. 저 놈 등 뒤에 구멍을 내라. 어서.”
끝내 이 영화는 미군 5명이 멈춰버린 탱크로 300여 명의 독일군과 맞서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 장면이 실화였다면 감동이 컸겠지만, 모두 영화적 완성을 위해 마련된 플롯이다.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적들과 맞서겠다고 결정하는 장면은 약간 손발이 오그라든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다 갑자기 이름 없이 죽어간 영웅이야기로 전환되는 상황이 비현실적이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것일까. “이전에도 도망친 적 없고, 지금도 도망치지 않겠다. 싸울 거야. 교차로를 방어해야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한다. 이게 내 집이다. 넌 영웅이야.”
그렇다고 <퓨리>가 전쟁의 비극과 영웅담만 보여주며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참화에서도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인간성을 발굴해 희망을 전한다.
생존자는 신병 ‘노먼’. 그가 탱크 밑으로 빠져나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생존은 인간은 존엄하고, 생명은 소중하며, 전쟁은 절대로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성찰과 희망을 전해준다. 이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이 뜨거웠다.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는 그의 마음속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육신의 정욕, 인생의 자만심 그 모든 것이 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속세의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의 M4 셔먼탱크와 독일군의 티거탱크가 근접해서 서로 맞붙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생동감 넘치게, 박력 있게, 매력적으로 전투 장면을 그려냈다. 그동안 탱크가 나온 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본 것 같다.
영화 퓨리의 배경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남긴 전쟁 제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비극을 만들어낸 전쟁광 히틀러와 나치가 있다. 그 당시 전쟁광들의 전행은 80여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행태와 완벽하게 교차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드레스덴과 뮌헨 공습을 감행해 민간인 40만여 명을 살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전쟁에서 여자, 노약자, 노인 등 전쟁과 상관없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화 <퓨리>에서는 전쟁광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선긋기가 극명하다. 하지만 전쟁은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끔찍한 역사를 남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전쟁광’으로 불린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약소국에 제국주의 식민 질서를 따르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4년 조작으로 알려진 통킨만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전을 일으켰고, 엘살바도로전, 걸프전, 소말리아전, 아프카니스탄전, 이라크전 등 전 세계에서 전쟁을 벌여, 수많은 젊은이들을 위험한 전쟁터에 보냈다.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가 없이는 '전쟁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거대 군산복합기업도 전쟁광이다. 미소 냉전시대에 부를 축적했고, 지금도 전쟁을 부추겨 무기 판매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용병주식회사까지 설립해 우방국들에게 군사훈련과 군수품을 지원하며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이들은 이윤을 위해 과장된 위험을 퍼뜨린다. 그러다보니 전쟁터는 거대한 시장이 됐고, 사람은 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한반도도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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