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7. 23:00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 푹 빠진 '헝거족'들이 많다. 한 가닥 희망조차 없는 민중의 삶에 동화되고, 비인간적인 착취와 학대를 자행하는 지배계급에 분노해서다. 특히 스스로 살점을 떼어낼 정도로 처절한 살인게임은 영화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절체절명의 궁지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은 삶의 희원을 충족시키는 매개였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생명력이 주는 환희였다.
그러나 3편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1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2편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와 사뭇 달랐다.
1, 2편은 게임이라는 형식의 유희와 환락에 치중한 반면, 3편은 전쟁이라는 폭력과 고통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한층 더 내러티브에 집중했고, 진중했으며, 연기, 음악, 배경, 상황 등 모두 요소를 혁명이라는 화두로 결집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야기 전개는 직관적이었다. 큰 고민 없이 묵직한 주제를 툭툭 던졌다. 독재자에게 생명을 저당 잡힌 민중에게 혁명교양, 계급교양 따위는 필요 없었다. 진정성 있는 선동과 미래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절실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바로 우리가 죽는 상황이었다.
지금 세상을 뒤엎지 못하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헝거게임도 여전히 유지되고, 가난과 폭력, 굴종의 삶 또한 계속될 것이었다. 하지만 가진 건 몸뚱이뿐. 혁명의 최전선에서 저들과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저항만이 최선이었다. 고로 싸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었다. 그러나 혁명은 무수한 사람의 피를 부른다. 혁명에 투신하는 길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민중은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지배 계급에 맞서 장렬하게 전사했고, 독재자는 이들의 항쟁에 조금씩 균열되기 시작했다. (마음이 순간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다.)
캐피톨은 민중을 노예처럼 부린다. 더 많은 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총칼로 위협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 사회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고문과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 이에 맞선 반군은 모든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생산수단을 사회화하며, 굶주리거나 소외되는 민중이 없는 사회를 주창한다. 딱 사회주의 혁명이다.
캣니스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두 번이나 헝거게임에서 살아남은 전 민중의 영웅이다. 헝거게임은 한 명이 남을 때까지 펼쳐지는 살인게임이다. 캐피톨의 독재자 스노우는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을 13구역으로 나누고, 그 지역에서 젊은이 한 명씩을 차출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생명을 내건 싸움을 시키고, 이 싸움을 전 지역에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캐피톨이 이 게임을 만든 이유는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캐피톨은 민중에게 위협과 공포를 조장해 반란을 막았고, 각 구역의 민중은 몰살을 피하기 위해 젊은이를 희생양으로 보내는 것으로 타협했다. 아울러 지배계급에게는 전무후무한 오락거리를 제공해 반대 세력이 생기지 않도록 했고, 정권에 대한 비판을 막았다. 지배계급은 헝거게임을 즐기면서 권력의 특권을 누렸다.
캣니스는 헝거게임 시리즈 3편에서 드디어 '모킹제이가' 된다. 어떤 탄압에도 맞서지 못했던 순진한 소녀가 성장해 혁명의 불꽃이 된다. 처음에는 모킹제이를 거절했지만, 폐허가 된 고향 12구역을 본 뒤 반정부 세력의 중심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혁명은 여러 사람의 열정으로 그 힘을 더하지만 역시 인간이 하는 일. 그녀의 앞에 험난한 가시덤불길이 즐비하다. 캣니스는 이를 하나하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혁명 완수를 위해 앞으로 내달린다.
여러 에피소드 중 캐피톨에게 고문을 당하고, 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헝거게임 우승자들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과거 구속동지 구출투쟁을 떠올리게 해 순간 웃음이 피식 난다. '내 사랑 동지들이여 투쟁으로 구출하리라' 아무래도 이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수잔 콜린스는 과거에 뭔가 했을 것이다. 분명.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의 다양한 혁명을 꿈꾸게 한다. 인식, 정신, 생활의 혁신은 혁명으로 이어진다. 올바른 역사를 배우는 것도 투쟁이 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도 변혁이 되며, 타인을 위해 자잘한 공생을 실천하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스스로 책임감을 인식하면 세상은 달라진다. 총칼을 들지 않아도 삶의 진정한 변화가 정치사회적 성과를 가져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진보와 혁명은 인류사에 고귀한 유산을 만들어왔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에 꽂힐 것이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은 3편의 1부에 해당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왜 벌써 끝나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또 이 영화의 주제가 '혁명'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해하거나 딴청을 피우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는 점과 기자나 평론가들보다 진보적인 일반인들이 더욱 이 영화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특이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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