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수많은 일들이 마음을 괴롭히고, 가끔씩 돈과 명예에 짓눌려 사는 욕망의 노예가 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추억 때문에 지친 삶을 위로받는다.
추억은 한 송이 꽃처럼 찡그린 얼굴을 펴게도 만든다. 겉치레만 번지르르한 세상사를 이겨내는 자기 암시를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 이를 테면 잠시 삶에서 삐끗했을 때 '그때는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성찰하면서 제자리에 돌아오도록 돕는다.
뮤지컬 영화 <할리데이>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한다. 영화 속 옛 음악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게 만든다. 80년대를 풍미했던 팝 넘버들과 활기찬 군무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마치 청춘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는 80년대 당시 전 세계를 강타했던 팝송이 흘러나온다. 마돈다, 조지 마이클, 휴트니 휴스턴, 듀란듀란, 뱅글스, 신디 로퍼, 바나나라마, 휴먼 리그 등 세계를 주름잡던 귀에 익은 음악이 아름다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게다가 노래 가사가 영화의 줄거리와 딱 맞아떨어져 부담감 없이 들린다.
한 남자를 두고 펼쳐지는 두 자매의 로맨스는 가볍다. 영화적 재미로 이어 보면 웃으면서 빠져들 만한 내용이다. 참고할 만한 충고라면 사랑을 할 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라는 것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 선택을 잘못했다면 그것을 인정하라는 것 정도.
이 영화는 인생을 힘겹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느끼게 한다. 모든 일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렸다. 생각을 고쳐먹고 좀 더 긍정적이고 용기 있게 살 필요가 있다. 자존심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조차 못 해 홀로 눈물을 흘려선 곤란하다. 하지만 사랑은 그 자체가 영원한 것이지 마음의 관용과 베품이 사랑이 될 수는 없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거나 어려움을 덜어주는 대상도 아니다. 그래서 감정의 동요와 확신, 믿음으로 사랑을 유지하고 붙잡을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어느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원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 이 영화는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 시간 사십 분 동안 난장을 벌인다.
이 영화 다시 보고 싶어진다. 그만큼 가볍고 유쾌한 영화다. 노래도 다시 히트 조짐이 보인다. 몇몇 곡은 유튜브에서 찾아 듣게 됐다.
이 영화에는 마돈나의 Holiday'를 비롯해 셰어의 'If I Could Turn Back Time', 휴먼 리그의 'Don't You Want Me', 카트리나 앤 더 웨이브스의 "Walking On Sunshine',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 조지 마이클의 'Faith', 왬의 'Wake Me Up Before You GO GO', 듀란듀란의 "Wild Boy',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 빌리 아이돌의 "white Wedding', 휴트니 휴스턴의 'How Will I Know' 등이 사운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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