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 위키드와 토마스를 주목하라, 웨스 볼 감독 2014년작

2022. 10. 27. 20:25이야기/그래 그 영화

메이즈 러너(The Maze Runner), 웨스 볼(Wes Ball) 감독 2014년작


상업주의에 물든 SF오락 영화 정도로 예상했다. 독창적인 액션물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나, 뒷짐 지고 지켜볼 태세였다. 오판이었다. <메이즈 러너>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는 영화였다. 뛰어난 상상력과 팽팽한 긴장감은 놀랍고 흥미롭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감동이 거기에만 머무르면, 조금은 곤란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키워드는 '위키드'와 '토마스'다.

'위키드'는 제약연구소다. 이곳 연구원들은 '위키드는 좋은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다. 인류 멸망 이후 새로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소년의 뇌를 연구해 인류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들겠다는 대의다. 그러나 위키드는 인류에 이롭다는 명분 아래 참혹하고 잔인한 행위마저 합리화한다. 소년들을 지옥 같은 미로 속에 거대한 괴물(그리퍼)과 함께 가둬 놓고, 소년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하는지, 생사의 고통에서 어떻게 빠져 나오는지 지켜본다.

 

위키드는 자기를 잃어버리고 '뭔가 대단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범죄'를 위해 광란의 시간을 소비하는 인류를 은유한다. 즉 '위키드'라는 목적 아래 스스로 미로 속에 갇혀 버린 인류의 삶, 이를 테면 전쟁과 같은 충돌을 벌이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암시하는 것이겠다. 

'토마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메이즈 러너(미로를 달리는 사람)'다. 토마스는 비이성적인 집단의 논리에 맞서 변혁과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을 암유한다. 

이 영화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삭제당한 채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벽에 갇힌 소년들을 그린다.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에 끌려온 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흡인력을 선사한다. 

소년들은 생존과 탈출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 미로를 빠져 나가지 않으면 자유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미로에는 거대한 괴물(그리퍼)이 이들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미로는 이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폭력인 동시에 괴물로부터 이들을 지켜주는 보호막인 셈이다. 이 기막힌 현실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에게 토마스라는 소년이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한다. 토마스는 기존의 소년들과 다르다. 소년들은 생존에 얽매여 자신을 잃어버렸지만 토마스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탈출을 시도한다.

이곳에는 꼭 지켜야할 세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각자 맡은 일을 철저히 해야 하고, 또 하나는 서로 해하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은 정해진 규칙을 어기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토마스는 미로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 원칙과 맞선다. 토마스의 변혁적인 행동은 몇몇 소년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이들은 토마스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 공동체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토마스는 목숨을 걸고 오랜 관행을 깨부수고 바꿔낸다.

토마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년들의 논쟁과 싸움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변화와 혁신이 두려워 막아서려고만 하는 보수적인 소년들과 미로에서 탈출하기 위해 과감히 규칙을 뒤엎고 괴물과 싸우려는 진보적인 소년들이 옥신간신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또 하나의 작은 사회다. 

'위키드와 토마스'는 갈등의 뿌리다. 이 키워드가 얽혀 만들어낸 줄거리는 처절한 절망을 유발하고, 끊임 없이 호기심을 부르며, 반전을 생산한다. 정말,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플롯이다. 

영화 <메이즈 러너>는 원작 소설과 함께 즐겨도 좋겠다. 원작은 제임스 대시너가 쓴 동명 소설 <메이즈 러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