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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다 같은 육체적 욕망, 막시밀리안 하슬버거 감독 2014년작

이동권 2022. 10. 27. 20:1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Die Menschenliebe), 막시밀리안 하슬버거(Maximilian Haslberger) 감독 2014년작


벌거숭이 남녀가 정사를 벌인다. 그 순간만은 거리낌도 수치심도 없다. 육체적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엔진을 돌리고, 엔진이 돌아가는 시간만큼은 쾌락에 충실한다. 우리가 성욕을 해결하는 평범한 모습이다.

장애인의 성적 욕망도 다르지 않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손놀림이 힘겹고,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지만 감정에 충실하길 원한다.

다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여과 없이 그려낸다. 플레이보이 잡지에 대한 집착,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무모한 도전, 어렵고 감흥 없는 수음, 돈으로 파트너를 사는 매춘 등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다.

카메라의 밀착도가 사실적이고 가까워 다소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이 다큐가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같은 인간의 이야기고, 금기된 것도 분명 아니다.

이 다큐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가로막는 장애를 다룬다. 장애를 가진 두 남자, 요헨과 스벤이 병리적 조건에서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따라잡는다. 하지만 이들의 욕구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장애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번번이 여자에게 거절당하고, 경찰에 신고도 당한다. 남녀를 가리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여자와 관계가 어려워 남자와의 관계도 불사한다. 그것도 돈을 주지 않으면 어렵다.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베버의 말도 있지 않나. “시저를 이해하기 위해 시저가 될 필요까지는 없다.”

아울러 장애인을 동등한 인격으로 대우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동정이나 차별도 버리는 게 좋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자. 어느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이 다큐는 성을 주제로 다뤘지만 장애인이 겪는 현실의 고통을 그대로 투영한다. 장애인들이 왜 목숨을 걸고 노동권, 교육권, 이동권 등을 위해 싸우는지 그 뿌리를 알게 된다. 성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장애인의 삶을 다룬 다큐는 많았다. 장애인의 자립이나 권리 보장과 관련한 장애인 운동, 장애인 시설이나 보조기구, 일자리 문제를 다룬 장애인 복지 등의 주제가 대부분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다른 각도에서 장애인의 삶을 다룬다.

이 다큐는 장애인의 현실 그 이상의 삶과 행복에 대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정신과 육체의 장애가 있던, 없던 간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도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 되면 우리 사회가 무척 행복한 세상이 됐을 것이다.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는 사회야 말로 성숙한 사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