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속담이 있다. 거친 음식을 먹어 똥구멍이 찢어진다, 먹은 게 없어 똥이 나올 리 없는데, 굶주린 배가 아파 힘을 주니 똥구멍이 말라 찢어지고 만다는 의미다.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빈민의 삶이 그러하다. 비가 새고 바람이 들이치는 집에서 형편없는 음식을 먹는다. 여벌의 소반 하나가 없고, 옷차림새는 항상 가년스럽다.
가난에 찌들 대로 찌들면 마음이 궁색해진다. 자기 삶이 어려우니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다. 생계조차 잇지 못할 정도가 되면 가난은 공포가 되고, 사람을 짐승으로 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인 빈민은 당당하고 억척스럽게 가난을 이겨낸다. 평화롭게 삶을 구가한다. 구김새도 없고, 원망도 없다. 구걸하는 이도 없다, 가난하지만 미천하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마음은 부자보다 더욱 편안하다.
아무것도 지킬 게 없어서 마음이 편한 게 아니다. 살림은 궁색하지만 일을 할 수 있고, 굶지 않은 것만으로도 흐뭇하게 여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 하루하루가 뿌듯하다.
정직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삶에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마음을 가다듬을 노력조차 필요 없다. 형편에 맞게 대처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어려움을 행복으로 변용한다.
특유의 손재주도 한몫한다. 재료비 0원,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이들은 부자가 버린 쓰레기를 재활용해 갖가지 생활용품을 만든다. 백열등과 깡통으로는 등잔불을 만들고, 타이어로는 신발을 만들고, 뼈와 굳은 기름으로는 비누를 만들고, 폐 건축자재로는 리어카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나누고, 도우며 산다.
"물건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요. 아름다운 영혼이면 돼요. 소유하려고 하니까 죄악이 생겨요." 빈민촌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마다가스카르인의 말이다. 돈만 좇아 살다 보면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아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는 뜻이겠다. 이것이 마다가스카르 빈민의 삶이다.
물론 정부에 대한 불만은 상당하다. 단 한 번도 빈민촌을 찾지 않은 정치인, 쉽게 사고 버리는 부자,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베짱이, 입으로만 떠드는 위정자들에 대한 불만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보다 불쌍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동정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하려고 힘쓴다.
다큐 <마다가스카르의 삶>은 도시 변두리의 빈민가에 사는 마다가스카르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부는 도시 빈민 계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자기 재산을 불리기도 바쁘다. 혼란한 정치 상황, 심각한 경제 위기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덧거리다.
마다가스카르는 2009년 3월 헌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정부가 발족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됐다. 2011년 3월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를 중심으로 해결책이 강구되고, 2011년 11월에는 잠정국민연합정부가 발족됐지만, 사회 혼란과 경제 정체는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2012년에는 군인들의 반란으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세계 언론들은 부자들과 외국인을 향한 무장강도 범죄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곳으로 마다가스카르를 소개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삶>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 다른 마다가스카르를 얘기한다. 우리가 아는 현실이란 모두 미디어를 통해서 과장되고, 꾸며진 마다가스카르였다.
마다가스카르인들은 긍정적이고 성실한 삶으로 형재애를 가르치고, 자존감을 습득한다. 또 그것을 바탕으로 가난조차 이겨내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삶은 좋고, 편안하고, 맛있는 것만 추종하며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다큐는 너무 풍족해 황폐해진 현대 사회, 너무 욕심부려 전쟁까지 불사하는 현대인에게 뜻깊은 가르침을 준다. 특히 삶의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재다.
'이야기 > 그래 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이즈 러너 - 위키드와 토마스를 주목하라, 웨스 볼 감독 2014년작 (0) | 2022.10.27 |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다 같은 육체적 욕망, 막시밀리안 하슬버거 감독 2014년작 (0) | 2022.10.27 |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 무기를 들어라, 정성복 감독 2014년작 (0) | 2022.10.27 |
내 마음의 고향 - 자비인가? 욕망인가?, 박영철 감독 2014년작 (0) | 2022.10.27 |
루시 - 속되고 더러운 미래를 봤다, 뤽 베송 감독 2014년작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