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7. 19:50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육체가 어떤 과잉 상태에 이르면 철저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리는 예측한다. 영화 <루시>는 이 예측을 완벽하게 뒤엎는다. 루시의 몸 속에 퍼진 합성약물은 체내의 모든 감각을 끌어올려, 그녀를 인간 병기로 만든다. 심지어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모든 상황을 제어하며, 타인의 행동까지 마음대로 부리게 된다.
루시의 활약은 뤽베송 감독의 영화 <니키타>를 떠올리게 한다. 순수하고 치명적인 킬러 '니키다'가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루시'로 변한 셈이다.
끝내 루시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100%까지 쓸 수 있게 된다. 신의 권능과 맞먹는 지혜와 능력을 갖게 된다. 엄청난 설정이다. (인간은 뇌의 능력을 평생동안 5%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세계적인 석학 아인슈타인도 10%밖에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체에 다다른 루시는 요묘한 질문 하나를 관객에게 툭 던진다. '소중한 생명을 얻은 인간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존재보다 소유에 눈이 멀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일갈이다. 루시와 악당 최민식(미스터 장)의 싸움은 모두 이 질문을 끌어내기 위한 영화적 재미일 뿐이다.
루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사람의 두뇌와 비슷한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는 머지 않은 미래에 개발될 것이라고 믿지만 제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루시와 같은 인간은 탄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루시> 같은 SF 영화를 보는 걸까. 그 이유는 일종의 '경고'다.
허무맹랑한 공상과학 영화는 미래 인류의 재앙을 은유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미래를 보여주면서 물질에 대한 맹신과 인간의 자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낙관론자의 눈으로 볼 때, 미래는 영광과 번영일지 모른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는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전쟁, 기후, 식량, 자원, 환경, 인구, 교통 등 난제가 끝이 없다. 게다가 인류는 과거에 대한 자성도 없이 계속 치고 박는데 열중이다. 서로가 '어디 내 손에 한 번 죽어 봐라'는 식으로 '열나게' 싸우고 있다.
생각해야 한다. 각성해야 한다. 스스로 성찰하면서 인류가 공생할 길을 찾아야 한다. 루시에게는 우울과 침통, 공포가 똬리를 틀고 있는 미래가 보였다. 루시는 과거를 성찰하지 못한 현재보다 훨씬 더 속되고 더러운 미래의 모습을 인지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미리부터 근심할 필요는 없다. 미래가 첩첩산중 같아도, 현재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 가면 된다. 심원한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찰나주의에 빠진 삶은 허무만 안겨줄 뿐이다. 미래는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분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에게 루시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매일 어떤 결정을 내리며 살고 있느냐고 스스로 고민해볼 일이다.
<루시>,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다. 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한국 배우들이 여럿 나와서 반가웠고, 스크린에서 들리는 우리말 또한 정겹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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