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미국 만세'를 외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고 무조건 터부시하는 영화팬만 아니라면 즐겁게 볼만하겠다. 호불호가 갈릴 영화가 아니다. 누구나 정서적으로 통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이라도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알아주지 않고,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고, 목숨을 걸만큼 위험천만한 일이라도 결정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대부분 시간 아깝고, 손해 보기 싫고, 사랑마저도 없다고 쩔쩔매다 뒤로 물러설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고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악당들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뭉친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사납게 욕설을 내뱉고 멱살을 잡던 이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순한 양처럼 어진 얼굴로 정의를 외치더니 전쟁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우애와 살신성인을 보여준다. 자신을 몸을 희생해 동료들의 목숨을 지키는 그루트의 사랑은 가슴마저 뭉클하다.
그런데도 스토리 전개가 이상하지 않다. 오버도 없다. 매우 상식적이다. 영화 첫 시작부터 눈시울을 적시게 하지만 유머 코드는 그대로 장착한다.
원래 악당은 욕심이 많고 타인의 고통에 둔하다. 나쁜 짓만 골라가면서 하고, 웃지도 않는다. 하지만 흉악하고 철면피한 악당도 교회에 갈 때는 모자를 벗어 겨드랑이에 끼고 조용하게 들어간다고 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절대 악당은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건 제임스 건 감독의 재기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 건 감독. 한국 영화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트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문제작을 본 컬트팬들이라면 그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신선함과 흥분을 느꼈다면 기어코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게 될 것이다.
<트로미오와 줄리엣>은 유별난 감독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괴이한 고어물이다. 엽기적이고 잔인하지만 너무나 과장되고 터무니없어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만다. 풍부한 상상력이 잔인함을 압도해 빵빵 터지는 코미디로 둔갑시키는 마성. 그러나 그 당시에는 대중적이지는 못해 열성 팬들만 몰고 다녔다.
재밌는 건, 제임스 건 감독은 노출 때문에 두려움을 겪는 배우들을 위해 스토리나 스케줄과 관계없이 가장 먼저 노출장면부터 찍는 괴짜로도 유명하다.
크리스 프랫이라는 배우의 장점을 뽑아낸 것도 제임스 건 감독의 센스다. 무자비한 악당 앞에서도 눌리지 않는 담대함과 멋진 액션, 시골 총각 같은 순박함, 유머와 재치가 버무려진 대사, 제임스 건 감독이어서 가능했다. 게다가 조 샐다나의 예리한 액션과 강렬한 카리스마, 데이브 바티스타의 숨 막히는 근육과 우직한 성품,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는 그루트와 로켓의 캐릭터가 조화롭게 어울려 한 편의 에어컨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7080의 감성 코드를 자극하는 소품과 음악은 아주 먼 미래와도 잘 어울렸다. 그 당시 카세트테이프와 팝송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가슴이 후끈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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