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7. 19:14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소피마르소. 절세미인이다. 콧날이 서고, 살결이 곱고, 눈두덩이 쑥 들어간 옴팡눈을 가진 서양미인. 중년이지만 아직도 수려하기 그지없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나 환경,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소피마르소는 예외다.
반하지 않을 남자는 없다. 도회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장미꽃처럼 탐스러운 여자를 보면 몸에 전기가 찌르르하고 돌게 된다. 탐스럽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피마르소가 그렇다. 역시 그녀를 보고 한 남자가 첫눈에 반한다. 첫눈에 반하는 건 대부분 성적인 매력 때문. 하지만 그는 쾌활하고, 솔직하고, 지적인 그녀에게 마음까지 빼앗긴다.
소피마르소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 배우 프랑수아 클루제다. 그는 미남이라기보다는 착하게 생겼다. 천연덕스럽게 연기도 잘한다. 두 사람에게서는 프랑스인의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골르와 담배를 말아 피기 좋아하는 민족, 장난기 많고, 조금은 외설스럽고, 유쾌하고, 대담하고, 발랄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고, 노골적이고, 걸핏하면 불평하고, 환락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 할리우드 배우가 주는 화려함과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이다.
깜찍한 불륜이다. 불륜이라고 하기 힘든 시시한 비극이다. 여자를 보고 색정을 느끼는 것은 간음은 아니다. 장님이 아니라면 죄를 짓지 않을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은 절제하지 못할까 봐 전화번호조차 교환하지 않은 채 운명처럼 만남을 기원한다. 사랑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갑작스럽게 다가온 강렬한 사랑을 억누른다. 굳건한 이성으로 욕망이 끓어오르는 마음을 경계하고, 지금과 같은 사랑이 그저 우연과 영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운명은 두 사람을 놓아두지 않는다. 계속해서 두 사람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긴다.
두 사람의 애타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입이 바짝 타 온다. 가슴은 꽉 막히고, 목구멍은 그르렁거린다. 감정의 덩어리가 뭉쳐 치솟아 오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갖가지 애정 행각을 벌인다. 성희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것을 나눴다. 마음까지 줬다. 일상에서도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얼굴에 번진다. 너무도 보고 싶고, 안고 싶어 눈가에 물기가 핑 돌고, 혼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한 사색에 빠진다. 남자는 아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어도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생각을 한다. 여자 또한 마찬가지다. 아니 더욱 심하다.
한국인 정서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조리돌림을 당할 일이다. 선조들은 불륜을 저지른 남녀에게 조리돌림을 했다. 벌거벗기거나 팻말 같은 것을 목에 걸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망신을 줬다.
로고스(이성)는 솔직한 마음의 표현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감추는 것이다. 그래서 무기력하고 비겁한 결말로 이끌기도 하고, 가끔은 욕망을 억제하며 살았던 세월을 한꺼번에 보상받기 위해 더욱 깊은 탐욕에 빠지게도 한다. 차라리 발칙한 에로스가 더 솔직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명하다. 이성으로 감성을 지배하지 않으면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것을, 삶의 앞뒤가 엉키면서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양심을 지키는 인내는 ‘지혜’, 제어하지 못한 사랑은 ‘광란’이라는 것을 안다.
느닷없이 불쑥 치밀어 오르는 격정을 해소하는 일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두 사람의 상상은 그대로 영화에 재현된다. 상상은 도발적이다. 동물처럼 쾌감을 즐기고, 놀이하는 것처럼 사랑한다. 은근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처음 만나 느꼈던 설렘은 오래가지 않고 가정 파판으로 이어지고, 상처와 아픔이 파도처럼 너울너울 물결치다 고전 영화처럼 진부하고 상투적인 결말로 인도된다.
다행스러운 건, 두 사람의 터질 것 같은 욕망을 바라보는 관객의 안타까움은 두 사람의 상상이 재현된 장면으로 해소된다.
평범한 일상에 지쳐가는 여자에게 우연히 사랑이 다가온다. 성공한 여자, 일과 연하의 연인까지 남다른 현실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여자에게 공허감이 밀려온다. 사랑이다. 그런 그녀에게 운명처럼 한 남자가 다가온다. 두 사람의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은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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