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그래 그 영화

나쁜 이웃들 - 소심한 이웃에 주는 카타르시스, 니콜라스 스톨러 감독 2014년작

이동권 2022. 10. 27. 18:47

나쁜 이웃들(Bad Neighbours), 니콜라스 스톨러(Nicholas Stoller) 감독, 2014년작


별의별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툼이 일어난다. 흡연. 층간소음. 애완동물. 쓰레기. 갈등의 원인은 소소해 보이지만 양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위아래도 없다. 성별도 없다. 말싸움으로 시작하다 분이 풀리지 않으면 삿대질에 욕설, 폭행, 상해로 이어진다. 실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투다 흉기를 휘두른 일이 적잖게 뉴스에 오르내렸다.  

영화 <나쁜 이웃들>은 성인 코미디물이다. 이 영화가 배꼽을 빼게 하는 와중에도 가끔씩 울컥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웃 간의 불화를 소재로 다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웃 간의 갈등을 유머러스한 복수혈전으로 희화시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결론 또한 훈훈한 화해로 유도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미국에서는 이웃 간에 다투다 총을 쏘는 일도 많다고 하니, 미국인도 정작 크게 웃으며 보지는 못했을 듯싶다.

<나쁜 이웃들>은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스파이더맨>의 아성을 1주일 만에 무너뜨렸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 제작비를 회수하고, 일주일간 제작비의 3배에 달하는 수익을 벌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이웃 간의 갈등’이 그들에게도 공감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소음에 시달리지만 아는 처지에 화도 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심한 이웃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도 했을 듯싶다.

명심보감에 보면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웃끼리 정을 붙이고 살면 외로움뿐만 아니라 힘겹고 어려운 일상까지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나쁜 이웃들>처럼 이웃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웃은 가장 무서운 적이 되고 만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야단스럽고 기괴하게 논다. 잠도 자지 않나 보다. 하루 종일 부어라, 마셔라다. 음악소리는 좀 큰가. 지붕이 곧 날아갈 것처럼 떠들썩하다.  

조용한 중산층 동네. 신혼부부의 옆집에 대학교 남학생 클럽 ‘델타 싸이’ 멤버 50명이 새 이웃으로 이사 온다. 첫날. 신혼부부는 이들의 이사를 축하하며 파티를 함께 즐긴다. 하지만 델타 싸이가 시도 때도 없이 파티를 벌이자 신혼부부는 매일매일 소음에 시달려 잠을 자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신혼부부는 이웃에게 음악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도 하고, 달래도 본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말을 들어줄 이들이 아니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핑계로 보란 듯이 신혼부부를 괴롭힌다. 신혼부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부터는 황당하고 골때리는 지독한 복수혈전이다.

이 영화는 감칠맛이 난다. 코믹을 탑재했지만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또 주인공의 눈빛에서 살의는 보이지 않지만, 상황은 굉장히 무섭고, 진지하다. 자칫 상황에만 치중해 이 영화를 보면 재미를 못 느낄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마음을 놓고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사건을 쪼개서 보면 좋겠다. 그래야만 피식피식, 실없는 웃음이 슬그머니 나온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미국인의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기회도 될 듯싶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미국인의 삶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