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창한다. 시종일관 깨지고, 부서지고, 절단 난다.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빌딩은 허물어지고, 유리창은 박살나며, 사람은 도망가기 바쁘다. 순간순간이 살얼음을 밟듯 위태롭다.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는 한마디로 ‘풍비박산의 현장’이다.
<트래스포머> 시리즈의 ‘매력’은 멋진 변신과 적의 넘치는 스토리, 선과 악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이 범주에서 네 번째 트랜스포머 역시 변함은 없다. 보는 내내 속은 시원하고, 눈은 즐거우며, 귀는 얼얼하다. 문제는 스토리다. 전편에서 악의 상징인 디셉티콘의 보스 메가트론이 죽었다. 그래서 그의 부활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유심히 지켜봤다.
억지는 아니었다. 백악기 시대와 현재를 연결해 풀어낸 내러티브는 설득력이 있었다. 예상이 빗나가진 않았지만 중반 넘어서까지 메가트론의 존재를 숨긴 점도 흥미를 유발했다.
디셉티콘의 부활은 선을 대변하는 오토봇의 곤경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토봇의 곤경은 다름 아닌 인간의 배신에 기인한다. 시카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트랜스포머에 대해 체포령을 내린다. 한때 함께 목숨을 바쳐 지구를 구했던 오토봇을 이제는 적이라고 선언한다. 그 안에는 깜짝 놀랄 만한 꿍꿍이가 있지만 겉으로는 오직 인간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보는 내내 스스로 인간인 것이 부끄럽고, 무안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신은 인간이 하는 가장 나쁜 종류의 폭력 중 하나다. 그것도 자신의 야욕 쟁취하기 위해 한때 동료였고, 도움을 줬던 이들을 무참히 버리는 행동은 욕망에 저당 잡혀 사는 노예 같은 삶이다. 과거의 불행을 기억 못 하면 또다시 똑같은 불행이 닥친다. 과거는 언제나 반복되기 마련이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비해야만 똑같은 일로 고통을 겪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과신과 욕심으로 과거를 너무도 쉽게 잊는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배신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오토봇은 변함없이 강직하게 의리를 지킨다. 보통 배신이라는 괴물과 싸우다 보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토봇은 흔들림이 없다. 결국 오토봇의 진심과 정의는 영화 안팎에 감동을 투척하며 훈훈한 결말을 유도한다.
이 영화는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한다. 그런 친구를 갖는 것은 다른 인생을 하나 더 갖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친구가 있고, 친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생의 위험한 순간도 거뜬하게 극복할 수 있다.
고물차로 변해있던 ‘옵티머스 프라임’과 별 볼일 없는 엔지니어 ‘케이드 예거’의 관계가 이를 증명한다. 주인공은 위험에 처한 오토봇과의 우정을 끝까지 지킨다. 이들 사이에 얽힌 우정은 험난한 전쟁 와중에도 따뜻한 유머와 미소로 넘친다.
이 영화는 독창적인 캐릭터가 특징이다. 오토봇의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해 업그레이드된 범블비, 새롭게 등장하는 하운드, 크로스헤어, 드리프트, 거대 공룡 로봇 다이노봇, 그리고 사상 최강의 적 락다운은 스크린에서 두 눈을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울러 압도적인 스케일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텍사스와 홍콩, 베이징 등을 오가며 펼쳐지는 거대한 물량전은 ‘돈 좀 썼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트랜스포머 전편에 출연한 샤이라 라보프가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것. 또 오줌보를 움켜쥐게 만드는 러닝타임(2시간 50분)은 살짝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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