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송미라 '멈춰 선 풍경들'전 - 노상 달라지는 공간의 찰나

이동권 2022. 10. 17. 21:29

Things Which Can be Seen Only If You Should Stop, Oil on canvas, 61x61cm, 2014


상상력을 자극한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형태, 모호한 채도, 개체들의 유기적인 구성이 감각을 일깨운다. 그러나 이보다 한층 더 호기심을 일게 만든 건 송미라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길쭉하고, 뾰족하고, 네모반듯하고, 울퉁불퉁한 도형 등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변이였다. 모양과 성질이 다른 개체가 내부와 외부의 작용에 의해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는 모습. 송 작가는 그것을 그대로 혹은 비틀어서 우리 사회를 은유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순간, 빈 공간을 가득 채운 시간의 조각을 붙였다.

공기와 습기부터 개체와 개체가 부딪치면서 생성되는 갖가지 감정과 영향까지, 매일 다른 것들로 빈 공간은 채워진다.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일정한 공간에 존재한다. 이 공간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의례적인 휴식의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의 공간 혹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상의 공간일 수 있다. 

 

공간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공간에 대한 정의는 삶의 방향과 크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화가에게 직업의 공간이자 창의의 산실이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화가를 규정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된다. 하지만 매우 어렵다. 공간의 의미는 때와 장소, 사람, 환경 등에 따라 노상 바뀐다. 인생이라는 항해는 막막한 공간으로 늘 사람을 이동시켜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학문적으로 파고들면 공간의 의미를 확립하는 건 더욱 모호해진다. 이를 테면 고고학은 흙 속에 파묻힌 자료를 꺼내 정확한 연대와 공간의 의미를 밝히는 일이지만 쉽지 않다. 세상은 광대하고 유변한 공간에 다양한 환경과 조건으로 둘러싸여 발전해왔다. 어쩌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공간을 부유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송 작가는 화분 속 작은 세계를 사진과 페인팅을 통해 확대하고 옮긴 뒤, 건축, 자연, 사물들과 결합시켜 보편적 인식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확대했다. 자연, 공간, 건축에 대해 관찰하고, 그것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했다. 


Things Which Can be Seen Only If You Should Stop, Oil on canvas, 61x61c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