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한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형태, 모호한 채도, 개체들의 유기적인 구성이 감각을 일깨운다. 그러나 이보다 한층 더 호기심을 일게 만든 건 송미라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길쭉하고, 뾰족하고, 네모반듯하고, 울퉁불퉁한 도형 등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변이였다. 모양과 성질이 다른 개체가 내부와 외부의 작용에 의해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는 모습. 송 작가는 그것을 그대로 혹은 비틀어서 우리 사회를 은유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순간, 빈 공간을 가득 채운 시간의 조각을 붙였다.
공기와 습기부터 개체와 개체가 부딪치면서 생성되는 갖가지 감정과 영향까지, 매일 다른 것들로 빈 공간은 채워진다.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일정한 공간에 존재한다. 이 공간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의례적인 휴식의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의 공간 혹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상의 공간일 수 있다.
공간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공간에 대한 정의는 삶의 방향과 크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화가에게 직업의 공간이자 창의의 산실이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화가를 규정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된다. 하지만 매우 어렵다. 공간의 의미는 때와 장소, 사람, 환경 등에 따라 노상 바뀐다. 인생이라는 항해는 막막한 공간으로 늘 사람을 이동시켜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학문적으로 파고들면 공간의 의미를 확립하는 건 더욱 모호해진다. 이를 테면 고고학은 흙 속에 파묻힌 자료를 꺼내 정확한 연대와 공간의 의미를 밝히는 일이지만 쉽지 않다. 세상은 광대하고 유변한 공간에 다양한 환경과 조건으로 둘러싸여 발전해왔다. 어쩌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공간을 부유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송 작가는 화분 속 작은 세계를 사진과 페인팅을 통해 확대하고 옮긴 뒤, 건축, 자연, 사물들과 결합시켜 보편적 인식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고, 확대했다. 자연, 공간, 건축에 대해 관찰하고, 그것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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