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 - 현실 뛰어 넘는 초현실 세계

이동권 2022. 10. 17. 21:54


사람보다 30배나 커 보이는 물고기. 벌거벗은 남자가 그 물고기 등에 올라가 그물을 던진다. 울창한 숲 이층집 창문에는 거인 팔뚝이 나와 있고, 굴뚝으로는 도마뱀이 올라간다. 모자에는 갖가지 동물과 사람, 사물이 뒤엉켜 있다.수련이 둥둥 뜬 연못에는 얼룩말이 묘한 표정으로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를 흡입한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이미지다. 

초현실주의 예술은 이성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현실을 배제하기 때문에 사실보다는 추상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초현실주의 예술은 대부분 극히 사실적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과 사물을 곧이곧대로 표현하지만 이를 찢어내고, 조합하고, 이어 붙여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작해 낸다. 예를 들면 우산을 들고 하늘을 나는 사람, 바닷속을 걷는 바위 인간, 얼굴 한쪽에 눈이 열 개가 있는 사람 같은 이미지다. 

초현실주의 예술의 본질에는 기존의 질서나 관행, 관습에 저항하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비합리와 비윤리를 그려내고, 새로운 기법과 오브제를 차용해, 답답한 현실세계를 넘어서려는 주체성의 표현이라 하겠다.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는 초현실주의를 추종한다. 그녀의 남편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n)은 그녀보다 더 유명한 사진계의 거장이다. 매기는 1996년부터 컴퓨터 합성으로 동화 속 장면을 연출했다. 그녀의 작품은 남편의 초현실적인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 부부가 작품에 담아내는 이미지는 매우 비슷하다. 

제리 율스만은 196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진가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어 합성을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그가 유명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완성도 면에서 확실하게 구별됐다. 상상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합성해 사진으로 뽑아내는 그의 암실 테크닉은 세계 어느 작가도 따라올 수 없었다고 한다. 사진 역사에서 그의 등장은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매기 테일러의 작품도 남편의 영향 때문인지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이리저리 합성해 환상적으로 구현하지만 화면을 실제 현실처럼 빈틈없이 채운다. 그녀의 작품은 어떤 면에서 무시무시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준다. 이미지가 풍기는 대담함에 찔끔 놀라 시선을 내리깔게 만든다. 반면 관람객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도 한다. 상상하고, 생각하고, 깨우치는 정신적인 성장의 과정으로 인도한다. 

어릴 때부터 그녀의 작품을 가까이하면 사고의 형태와 행동 양식에 많은 변화를 갖게 될 것이다. 세상의 눈과 잣대에 갇혀 아등바등 사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자세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간이 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