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고 부딪친다. 상처 투성이다. 잔상이 오랫동안 아물지 않고 화끈거릴 것 같다. 사실적이고 다채로운 그림이 줄 수 없는 감상, 모노톤 이미지가 뿜어내는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 때문이다.
유중희 작가의 작품은 충동을 부추기고, 자극에 좌우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닮았다. 삶에 대한 열렬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맹목적인 저항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욕망의 일상, 가끔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하면 삶의 공허함에 치를 떨며 고개를 떨구지만 그것마저도 쉽게 방기해 버리도록 만드는 자기애다.
유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반성하고 살핀다. 성기고 거친 이미지들이 억세게 되살아나 찬찬하고 야무지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길 권한다. 우리는 사랑이 필요한 순간에도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 그것이 '오직' 당연한 일인 것처럼 자신을 갉아먹으며 살지 않았는가.
그의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정확하지 않은 이미지가 주는 모호함에 혼란을 경험하게 한다. 더 듬쑥하고 신중하게 되돌아보라는 의미일까. 깊은 사색은 오직 극한까지 자신을 내몰아야만 가능하다. 삶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삶을 대하는 모든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무엇이든 본질에 매달려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인생을 가장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부질없는 동경일지 모른다. 덧없음에 대한 슬픔, 혹은 불안한 그리움. 삶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숙제를 남긴다.
유중희 작가는 인간의 심상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모노톤의 그레이 작업으로 욕망의 다양성을 탐구했다.
<욕망의 순환>전은 유 작가의 평면적 작업과 오브제를 이용한 다양한 이미지를 소개한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인간의 소화기관을 닮은 깔때기를 형상화한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객들이 관망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욕망은 깔때기처럼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으며, 종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참으로 덧없다. 한편으론 깔때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이곳에 부어진 액체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이것을 '순환'이라고 지적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원래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죽거나 멈춰버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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