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아시안 체어샷 - 화석, 옛사랑에 대한 병적인 열망

이동권 2022. 10. 13. 23:02

아시안체어샷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다. 한꺼번에 터진 눈물처럼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진다. 옛사랑과 만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염원이 소나기처럼, 절망과 슬픔이 스며든 일상에, 자책과 회한에 휩싸인 마음에, 욕망과 피곤이 흐르는 도심에 후득후득 쏟아진다. 

아시안 체어샷의 노래 화석(Petrifaction). 옛사랑에 대한 병적인 열망이 몽환적인 음색을 탄다. 음습한 도시의 축축한 습기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영영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연인을 향한 사모곡 같다. 이별의 아픔이, 간절한 울부짖음이 절절하다. 

리듬은 귀에 잘 감긴다.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리듬은 호흡과 같아서, 편안하거나 정교하지 않으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기 힘들다. 이 노래는 듣는 감동도 있고, 따라 부르는 화락도 있다. 

보컬은 토해낸다. 누군가에게 기약 없는 마음의 편지를 띄우는 사람처럼 애틋한 호소와 갈망의 빛을 담아 절규한다. 고개를 꽃가지처럼 뒤로 젖히고 까만 허공을 향해 구음을 하듯 노래 부르는 것 같다.

 

가사에는 서로 갈리고 떨어져 고통에 빠진 심정이 구절구절 배어 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거대한 포용의 의식처럼 헤어진 이들의 갈라지고 메마른 상처를 달래고 치유한다. 이별에, 추억에, 그리움에 절여진 사람들의 마음에 소금꽃을 하얗게 피운다.  

화석은 세계적인 락밴드 ‘스매슁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인 ’제프슈뢰더(Jeff Schroeder)'가 프로듀싱했다. 

디지털 싱글 화석은 라이브 음악과 조금 차이가 있다. 스튜디오에서 레코딩한 탓도 있겠지만, 템포는 약간 느려졌고 스케일은 더 장중해졌다. 이 노래를 꼭 한 번만이라도 끝까지 눈을 감고 들어 보길 권한다.

 

아시안 체어샷은 박계완(드럼), 손희남(기타), 황영원(보컬,베이스)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세련된 연주와 리듬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감성을 녹여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화석(Petrifaction)


작사/작곡/편곡 : 황영원, 손희남, 박계완 공동

저 멀리 떨어진 달보다도
내 앞에 그대가 더 멀다오
저 멀리 보이는 그대의 집
불이 켜지면 그대가 있겠지

(반복)돌리고 싶소 그대 마음
모든 걸 다 버린다 해도
돌아가고 싶소 지난날로
모든 걸 다 주고서라도
맴도는 그대 얼굴 때문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려 해도 해봐도
내 얼굴 부드럽게 적신다

지나간 시간이야
어찌할 수 있을까
내 이름 화석이 되어
그대 곁을 떠날 줄 모르오

(반복)

돌리고 싶소
나 돌아가고 싶소

맴도는 그대 얼굴 때문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려 해도 해봐도
내 얼굴 부드럽게 적신다

돌리고 싶소 나 돌아가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