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김민선 '익숙한 사물'전 - 낯설음의 몰입

이동권 2022. 10. 8. 21:46

전시장 전경


커다란 단추. 매일 손으로 만지며 옷을 여미지만 커다란 단추 앞에 서자 그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선풍기 날개에는 수백 개의 방울이 매달려 있다. 매일 똑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를 이처럼 가깝게, 자세하게 본 적은 처음이다. 역시 낯설다.

전시장 구석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체인이 매달려 있다. 또 한쪽 벽면에는 거대한 크기의 서랍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그냥 지나치려 해도 자꾸 눈길이 간다. 어색하고 생소하다. 이러한 낯섦은 소재의 변환으로 극대화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촉감과 질감으로 더욱 낯설어진다.

낯섦은 상상이 입혀지고, 충돌하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또 이질적이거나 무관심한 개인과 사회의 메타포로 작동된다. 우리 사회에는 힘겹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고, 연대가 필요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되지 않으면 손을 내밀지 않는다. 전혀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힘들고 귀찮은 일에는 질색한다.

김민선 작가의 작품은 일상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삶의 지혜를 선사한다. 익숙한 감각을 뒤집고, 관습을 거부하게 만들고, 실재를 보게 하면서 모호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익숙하거나 편안한 것에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오히려 착하고 여린 것에 더욱 모질게 대하고 있지 않을까?

김민선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물의 크기와 촉감을 변환했다. 평소에 익숙하게 느꼈던 것들을 낯설어지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왜 이런 실험을 하게 됐을까.

김 작가는 익숙한 사물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 획일적인 관념을 파괴한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을 통해 고정관념이 벗어나 사유해보길 기대한다.

그의 작업은 사물의 크기를 비정상적으로 확대해 보이게 한다. 사물의 크기가 확대되면 보이지 않았던 사물의 표면과 형태, 재질 등이 보인다. 여기에 새로운 재료로 텍스처를 만든다. 케이블 타이를 촘촘히 연결해 거대한 나사를 만들고, 옷핀으로 선풍기의 날개를 만들고, 시침핀의 끝으로 벨벳의 질감을 구현해 낸다.

그의 작품은 촘촘하다. 손끝의 정교한 마력이 느껴진다. 거침이 없고 새롭다. 신선하다.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하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전형에서 벗어나는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잘 팔리고, 인기를 끌만한 작품에 정열을 쏟고 있다.

실험은 예술가에겐 유희의 대상이다. 유고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연속성과 가치가 그 유희에 내포돼 있다. 또 그것이 발전해 하나의 특성과 개성, 유형을 만들고 다음 세대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