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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3 - 섬세함과 스타일의 승리, 셰인 블랙 감독 2013년작

이동권 2022. 10. 6. 19:37

아이언맨3(Iron Man 3), 셰인 블랙(Shane Black) 감독 2013년작


관객 동원 900만. 영화팬들의 시선이 ‘아이언맨3’에 꽂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언맨1, 2를 모두 봤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다. 절대 힘을 가진 영웅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선악이 분명한 데다 플롯이 너무도 뻔해 식상한 면이 없지 않다.

 

아이언맨3는 전편들과 달랐다. 실소가 터지는 설정,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 영웅, 엉뚱한 익살을 유발하는 조연들, 모든 면에서 ‘재기발랄’하고 창조적이었다. 섬세함과 스타일의 승리였다. 변하지 않은 건 하나다. 사내 냄새 풀풀 풍기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매력이었다.

우선 감독이 바뀌면서 스토리 구성이 복잡해지고 인물의 성격 또한 달라졌다. 아이언맨1, 2는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했다. 존 파브로는 ‘존 카터:바숨 전쟁의 서막’이나 ‘어벤저스’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선이 굵고 남성적인 매력이 풍기는 영화들이다.

 

아이언맨3는 셰인 블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셰인 블랙은 태생부터가 존 파브로와 다르다. 그는 리셀워폰, 마지막 보이 스카웃, 마지막 액션 히어로 같은 범죄 스릴러 액션물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리다 감독이 됐다. 

재밌는 것은 아이언맨1, 2를 연출한 존 파브로 감독이 아이언맨2에 이어 3편에서도 호건으로 등장한다. 호건은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경찰로 이 영화에서 꽤 비중 있는 인물. 저렇게 등치 크고, 웃기고, 핸섬한 사람이 존 파브로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이 영화의 재미는 더욱 커진다.

아이언맨3의 매력은 아이언맨의 ‘조마조마함’이다. 아이언맨은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린다. 기네스 펠트로와의 사랑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벤저스’에서 여러 외계인들과 괴물들에게 호되게 당한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슈트 제작에 강박한다. 스스로 날아와 몸에 입혀지는 슈트. 하지만 그것마저도 완벽하지 않다. 애초부터 미완성된 슈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러한 불안을 유머로 변용한다. 이를테면 슈트가 인정사정없이 얼굴로 날아오는 장면에서는 웃지 않고 못 배긴다.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여성 관객 어필용 멘트와 표정연기는 관객의 타깃을 정확하게 공략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긴 남자가 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멋지다. 셜록 홈즈를 봤다면 더욱.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기존의 영웅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수천발의 총탄에 그대로 노출되고, 잔혹한 인간병기로 등장해 아이언맨과 대적하고, 정의를 강변하다 총에 맞아 죽고, 끝내 절대 힘을 소유한 악당을 처치하기까지에 이른다. 영웅의 사랑을 받고, 남성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여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반면 어린이는 새로운 인물이라기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식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소외받고 불우한 가정의 아이지만 어른 같은 자상함과 천재성, 위트까지 겸비해 아이언맨을 돕는다. 아이언맨과 말장난을 하는 장면이나 아이언맨 슈트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에서는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다. 몸집이 작은 장난꾸러기 어른 같다고나 할까.

아이언맨은 여전히 할리우드 영웅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은 불안한 영웅의 매력을 싹 가시게 한다. 이슬람무장단체 소속 테러리스트 만다린의 정체를 밝히고, 권력의 부패와 배신을 바로잡는 스토리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이다. 하지만 초 긍정적인 아이언맨은 이 모든 상황을 유머로 상쇄시켜버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괴물’이다.

아이언맨3의 인기에는 많은 상영관을 배정받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월메이드 영화가 아니라면 폭발적인 인기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