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로 소문이 자자한 ‘비밥’. 그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퍼포먼스의 수준도 높은 데다, 실수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진행돼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또 블랙라이트, 슬로 모션 등의 장면도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코믹한 요소와 관객 참여 부분을 퍼포먼스에 잘 끄집어내고 버무린 점도 높은 평점을 줄만 했다.
관객들은 무대에 올라 낯선 사람과 러브 샷도 하고, 셰프의 구박도 받고, 마지막엔 무대 소품까지 치운다. 그리고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껄껄껄 웃으며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도 모두 비밥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원더풀’이다. 공연장 내 불이 켜지고, 배우들과의 포토타임이 끝나고 나서야 상기된 얼굴색이 가라앉을 정도다. 비밥을 만나면 행복해진다고 자부한다. 기운 빠지는 일상에 힘을 불어넣고 싶다면 비밥을 만나보자. 비밥은 오감이 즐거운 공연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난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밥은 놀라움은 비트박스의 향연에서 시작된다. 초스피드하고 힘찬 소리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개그맨 정종철의 비트박스와 견줄만한 기교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비트박스는 연기, 춤, 노래, 비보잉과 한 몸처럼 너무 잘 어울렸다.
무대 세트는 비밥 레스토랑. 무대에는 두 마스터 쉐프가 등장한다. 자신만의 요리 비법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요리사다. 이들은 일본의 스시, 이탈리아의 피자, 중국의 치킨누들, 한국의 비빔밥으로 음식 맛을 겨룬다.
스시 요리는 현란한 젓가락질과 물고기 퍼포먼스, 손으로 칼을 표현해내는 연기력이 압권이다. 스시 요리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면 입에 감기는 스시 맛이 금방 그리워질 것이다. 피자는 피자반죽을 만들어내는 비보잉과 두 명의 관객으로 무대를 채우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웃음만은 잃지 않는다.
치킨누들은 수타면을 뽑고, 닭을 잡아 국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 황비홍 음악에 맞춰 펼치는 군무도 눈을 즐겁게 한다.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마지막 비빔밥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두 셰프는 아리아의 선율에 따라 만들어진 다이내믹 비빔밥과 전통무예의 기를 받아 만들어진 믹스 앤 하모니 비빔밥을 관객에게 내놓는다. 과연 관객들은 어떤 비빔밥을 선택할까.
‘비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무대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 같았다. 만국 공용어라고 할 수 있는 ‘음식’과 ‘음악’ 그리고 특별한 대사가 필요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밥 공연장에는 외국인들로 가득 찼다. 한국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두 명 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비밥을 정리하자면 대담하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 비트박스 리듬에 중독되는 작품, 노골적이고 매혹적이지만 웃긴 작품, 출연진들의 실력이 출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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