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병에 걸린다.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동물들도 병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다. 이럴 때 찾아가는 사람이 수의사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 원장님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의사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들의 질병을 살피기도 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육류의 품질을 검사하는 일도 한다.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일형 수의사는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을 치료해주는 수의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떻게 키울지 몰라 망설이기도 하고, 괜히 키우다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다.
“동물은 매우 예민하다. 그들은 고통, 공포, 외로움, 굶주림, 슬픔, 좌절, 행복, 편안함, 즐거움,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좋은 음식, 편안한 집, 우애, 사랑, 보호 등 애완동물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다 필요하다. 반려 동물을 입양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반려동물을 관리하는데 투자할 시간이 있는가, 그들을 감당할 수 있는가, 가족으로 맞아들여 그들을 평생 동안 돌볼 준비가 됐을까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적합한 잠자리, 좋은 사료, 가까운 동물병원 등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한다.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그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새로운 대상을 주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그들을 훈련해야 한다. 절대 반려동물을 포기하거나 버리면 안 된다. 버려진 반려동물은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극심한 고통으로 죽을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살아남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그들은 토착 동물과의 자원 경쟁으로 토착종을 위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친구’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완전히 우리에게 의존한다. 책임 있는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동안 그들을 보살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수의사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할 것 같은 직업이다. 하지만 정일형 수의사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한의사를 꿈꾸는 한 친구에 편승을 하다가 우연히 동물병원 간판을 보고 내 인생을 결정했다. 누구처럼 어떤 꿈을 가지고 시작했던 수의사로의 길이 아니었다. 그때가 어쩌면 내 인생과 전망을 다시 만들어갔던 시기였던 것 같다.”
수의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한 직업이다. 또 동물의 변화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관찰력도 있어야 한다. 동물들은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수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세밀하고 부드러운 기술도 갖춰야 한다.우연한 기회에 수의사가 됐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동물사랑과 재능이 포착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동물 진료라는 것, 참 어렵다. 동물에 대한 관심법을 갖지 않고서야 어디가 아픈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수십 가지의 원인 중 하나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보호자에게 동물이 뭘 먹었는지, 뭘 접촉했는지 물어보지만 보호자는 잘 이야기를 안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보호자가 웃으면서 말을 하도록 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정 수의사는 동물의 병력을 청취하면 대충 어느 정도 진단이 나온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를 하게 되지만 보호자와의 대화 속에서 무슨 약을 쓰고 어떤 처치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 그만큼 이 일도 대화가 중요하다.
“첫 진료를 신부전증에 걸린 사나운 발바리를 치료하게 됐다. 처음엔 그 강아지 옆에 가기도 무서웠다. 정맥을 잡고 수액을 주기위해서는 물릴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나 치료 후 상태가 좋아지면서 그 강아지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졌고 고마워하는 눈빛을 느끼게 됐다. 그것은 내게 충격이었다. 동물은 사람과 정서를 교감한다. 보호자의 감정상태, 심리 상태 등을 스스로 판단을 하고 스스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호자의 기분을 풀어준다. 또한 보호자가 기쁘면 동물도 기뻐하고 보호자가 슬프면 동물도 슬퍼한다.”
수의사는 동물을 잘 다루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동물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진료 중 갑자기 물거나 이상행동을 보여도 놀라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인내력 같은 것이 필요하다.
“동물 진료를 하면서 이곳저곳 물린 상처도 많고 할퀸 상처도 꽤 많다. 동물들은 병원에 오면 일단 주눅이 들고 날카로워진다. 약간의 자극으로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동물의 성격에 따라 제압을 하기도 하고, 그냥 놔두고 지켜보기만 하기도 한다. 동물 진료는 최대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어떤 경우는 하루 종일 지켜봐도 잘 모르다가 정작 집에 보낼 때 그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병의 원인을 알면 치료는 쉽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약을 처방하거나 외과적 처치를 하면 된다. 하지만 동물을 하찮게 여기는 마음으로 병의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역효과가 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일형 수의사의 의술은 100점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의 아픈 곳을 꼭 고치겠다는 마음이 매우 투철하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문제에 대해 올바른 입장으로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지만 그것에 대한 병리학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혹시 의사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물릴까 봐, 상처가 날까 봐 두려워서 병자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무조건 치료약이나 메스부터 들이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결국 병에 대해 내성만 키워서 어떤 약도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만든다.”
그는 애완동물을 치료하면서 동물보다 못한 인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다.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들의 생명이라 덜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수술을 하거나 치료를 했을 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다. 또 실수라도 했다 하면 혹시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제대로 잠도 못 이룬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은 너무 뻔뻔하다. 수많은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이들이 아무렇게나 휘두른다. 인면수심? 사람 얼굴에 짐승의 마음? 아니다. 동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두려움이나 본능에 의한 잔인함 때문에 그런 말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물의 마음은 인간보다 훨씬 깨끗하다. 자기 주인밖에 모르고, 즐거움과 위안을 준다. 그들의 마음은 인면수심이 아니라 인면蟲심이다.”
정일형 수의사의 병원은 성북구 하월곡동이다. 그가 이곳에 동물병원을 개원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동물병원을 매개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곳에서 올바른 진보를 이곳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사실 선배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자는 말도 했다.”
그는 병원을 오픈한 뒤 지역단체의 유기견 보호시설의 봉사활동을 도와준 적도 있다.
“주위 사람들은 어찌 알게 됐는지 유기견과 길고양이 새끼를 주우면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보통은 병원에서 데리고 있다가 주변 단체나 개인에게 부탁을 해서 재분양을 한다. 한 달 정도 데리고 있다가 주인을 찾아준 경우도 있다.”
동물병원을 개원한 뒤 우리 사회의 진보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정일형 수의사. 앞으로 계획을 들어보았다.
“동물로 인해 사람들이 소외감을 극복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 지역단체와 함께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야기 > 내가 만난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지승 감독 - 우리 사회 미래를 묻는 영화 공정사회 (0) | 2022.10.04 |
---|---|
안동연 주얼리 디자이너, 패션스쿨 모다랩 학장 - 사회적 책무 품다 (0) | 2022.10.04 |
최인호 화가 - 미술이 우리 삶을 치유할 수 있다 (0) | 2022.10.04 |
오봉옥 시인,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 부끄럽지 않은 자리에 서 있어라 (0) | 2022.10.04 |
정상곤 화가, 동서울대 교수 - 결핍된 풍경에서 읽어낸 인생의 허무함 (0) | 202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