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튀는 게 싫다. 자신과 다른 게 싫고, 어딘지 모르게 눈치를 봐야 하는 일에는 옹호하고 싶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모든 문제를 선과 악으로 바라보면서 평가해버린다.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데도 우리 사회의 통념에 벗어난 것이라면 무조건 '그르다'고 치부해버린다. 과연 누가, 어떤 근거로 이런 것들을 정의해놓은 것일까.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말한다. 누군가에는 목숨과도 같은 일들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고. 그것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문제일지라도.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게이 감독인 김조광수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영상으로 주제의식을 부각해왔던 기존의 동성애물과는 궤를 달리 한다.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생활안으로 동성애를 끌어들이고, 웃음으로 동화시킨다. 어쩌면 이것이 김조광수 감독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지 모른다. 동성애자들이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생활안에서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 영화는 김조광수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과 유머 코드가 백미다. 영화를 보면서 두세 번은 그냥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든다. 또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연기는 이 영화가 결코 단편적인 게이 코믹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와 같은 마음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면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모순이자 불필요한 관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모두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독특하고 짜임새가 탄탄하다. 다양한 캐릭터와 이벤트들이 뒤엉키며 만들어내는 에피소드에는 소소한 재미가 가득하다. 이 영화는 기대 이상의 묵직한 감동을 준다. 평범한 일상에서 동성애 문제를, 그러니까 음지에 있던 이야기를 양지로 꺼내 풀어낸 까닭이다. 복잡하고 현란한 이미지보다는 일상적 풍경으로 동성애를 말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설득력이 있고 거부감이 없다. 어쩌면 이러한 표현 기법은 피켓을 들고 팔뚝질을 하는 것보다 세상을 향한 가열찬 투쟁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 동성애와 동성애자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반인들이 사는 세계와는 동떨어진 세계로 보일 수 있지만 사랑의 절대적인 가치, 저항하듯 살아온 동성애자들의 몸부림 속에 '인간'이 있다는 것. 제발 이들의 사랑을 모르는 척해주시라. 이 영화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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