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여행과 사색

부산 - 추천 ‘하루 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

이동권 2022. 10. 2. 20:59

해운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다. 맘먹고 영화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영화만 본다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없다. 영화 두어 편 보고 나면 머리와 눈을 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영화들이 머리에서 뒤섞여 버리는 역효과가 나고 말 것이다. 또 부산에 온 이상, 부산을 둘러보지 않는 것은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독자들을 위해 ‘하루 부산영화제 즐기기’ 코스를 추천한다.

부산행 첫 기차가 서울역에서 5시 15분에 출발한다. 이 기차를 타면 7시 49분에 부산에 도착한다. 부산에 도착하면 먼저 지하철을 타고 자갈치시장역에 내려 ‘부산의 맛’이라고 불리는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여행은 시간에 쫓기듯 둘러보면 남는 게 없다. 마음속에 잔상을 남기면서 움직여야만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식사가 끝나면 오전에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국제시장, 보수동 헌책방 순으로 둘러본다. 오전에는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거닐면서 주위 경관과 상점, 부산의 풍물을 볼 수 있다. 오전의 햇살이 온기를 더하는 이곳은 바다의 독특한 습함이 막 가시기 전의 가벼운 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자갈치 시장에서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오간다. 거대한 공판장에서부터 길목마다 구운 생선을 내놓고 파는 식당까지 가장 부산스러운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하역장에서는 어린아이만 한 오징어와 냉동 생선들이 거래되고 부둣가에는 낚싯대를 걸어놓고 소주 한 잔에 인생 여로의 쓸쓸함을 달래는 부산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오면 산뜻하고 신선한 향기로 미각을 달래주는 멍게와 해삼 한 입, 막 잡은 꼼장어에 갖가지 채소를 넣어 볶은 볶음 요리에 침이 꼴깍 넘어갈 것이다.

용두산공원은 부산시민들의 쉼터다. 용두산 공원에 올라서면 부산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사이사이마다 빼곡히 들어선 집들, 유수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도로, 신선이 되어 세상을 굽어보는 기분에 빠지게 하는 바다, 부산의 기상 질세라 꺾일세라 우뚝 솟은 팔각정과 부산타워 등이 이곳의 깊이와 유려함을 느끼게 한다. 또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에 항거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의 정신을 기리는 4.19 의거기념탑과 충무공 동상, 척화비 등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한번 사는 세상,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의를 지켜나가라고 가르친다.

국제시장은 부산의 활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삶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억척스런 생활력으로 버텨온 사람들. 표정은 굳어 있고, 손마디도 딱딱하지만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사람들에게서는 부산의 정겨움과 넉넉함이 살아 숨 쉰다.


국제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보수동 헌책방 골목까지 쭉 둘러본 다음 태종대로 향하자. 시간이 좀 걸리지만 부산에 가면 태종대에 꼭 가야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태종대에 가면 다누비 열차가 있다. 힘들면 이 열차를 타고 등대로 가자.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걸어도 좋겠다. 30분 정도 걸으면 등대까지 갈 수 있다. 

태종대에서는 바다와 주전자섬, 각종 조형물을 만나보고 유람선도 타보자. 바닷가에는 옹기종기 횟집이 들어서 있으니, 싱싱한 횟감에 입에 넣는 호사도 누려보자. 태종대는 54만 2천평의 면적에 해발 250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해송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또 해안가에는 기암괴석과 깎아 세운 것 같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태종대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은 제법 멀다. 부산이 이렇게 큰 도시였나 새삼 놀라게 될 때 눈앞에 해운대 바닷가가 펼쳐진다. 해운대 해변에 서서 바다를 보자. 이곳에 서면 ‘공존’과 ‘공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서겠다. 이곳은 현대식 건물과 바다, 비둘기와 갈매기가 함께 풍광을 채운다. 

해운대에는 수족관 ‘부산 아쿠아리움’이 있고, 해수욕장 서쪽에는 동백섬이 있다. 동백섬은 오랜 퇴적작용으로 육지가 된 곳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책로와 이상향의 염원을 간직한 인어상은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지하철을 타고 샌텀시티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의전당’이 나온다. 영화의 전당에는 국내외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만큼이나 레드카펫은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차에서 내려 입장하는 스타들을 보는 즐거움도 누리길 바란다.

이제부터는 영화의전당에서 ‘닭치고’ 영화 관람이다.

영화는 예술가의 눈으로 그려낸 현실이다.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영화라 할지라도 감독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뭔가 특별한 장치를 해두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 환호한다. 외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 관람이 끝나면 영화제에서 마련한 갖가지 행사와 공연을 즐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에 가서 이승기가 먹었다면 씨앗호떡으로 부산 여행의 마지막 호기를 만끽해보자. 씨앗호떡은 비프광장에 가면 바로 보인다. 사람들이 씨앗호떡을 먹으려고 줄을 서 있다. 씨앗호떡은 보기에는 그냥 호떡 같지만 호떡의 배를 갈라 호박씨, 해바라기씨, 땅콩 등 건과류를 넣은 호떡이다. 한 입만 베어 물어도 고소한 식감이 입안을 자극한다. 호떡인지라 기름기가 많은 것만 감안하면 오감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 여행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부산역으로 가서 서울행 기차를 타면 ‘하루 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는 끝이 난다. 서울행 마지막 열차는 10시 10분이다.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태종대

 

씨앗호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