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여행과 사색

용문사 - 우산 들고 찾아가도 되는 곳

이동권 2022. 9. 25. 03:13

용문산 용문사 일주문 - 용문산은 경기도에서 화악산과 명지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기암괴석과 고산준령을 고루 갖춘 산이며 매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늘이 차갑고 쓸쓸하다. 오랫동안 비가 내린 탓인지 담청색으로 맑게 물든 하늘이 그립다. 또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마실 한 번 다녀오기 어렵게 됐다. 이런 날에는 가까운 서울 근교에 들려 우산을 쓴 채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피크닉' 정도가 안성맞춤이다.

용문사로 올라서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많다. 1983년부터 용문산 관광단지로 조성되면서 연일 자연을 만끽하러 온 사람들로 넘치는 관광명소가 됐다. 특히 가을에는 발 밑에서 부서지는 낙엽소리와 만색으로 펼쳐진 단풍들이 세상살이의 온갖 시름마저 잠시나마 잊게 한다.

산사로 난 길을 따라 20여분 올라가다 보면 용문사 대웅전 앞마당에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은행나무가 있다. 은행나무는 땅을 아우르고 하늘을 받들고 있는 듯 키가 60미터에 달한다. 나이는 천 살이 넘었다. 나무 밑동은 어른 십여 명이 손을 잡아야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우람하다. 암나무로 열매가 열리며, 아래 부분에 큰 혹이 하나 있다. 이 나무는 수많은 전란과 인간의 욕심 속에서도 생존해 놀랍고도 황홀한 생명의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은행나무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전설이 있다. 고서에 따르면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은행나무가 됐다고도 하고,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스승이자 조언자인 대경대사를 찾아왔다 은행나무를 심었다고도 하고,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고려에게 나라를 잃고 서라벌을 떠나 금강산으로 가던 중 용문사에 들려 앞마당에 꽂아 둔 지팡이가 은행나무가 됐다고도 한다.

용문사로 올라서면 각종 탑과 팔각형 돌을 올려놓은 원형 부도가 즐비하며 한편에서는 부처님 전 공양초가 꺼지지 않고 타오른다. 공양초를 바라보니 석가모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번뇌는 두텁기만 하고, 익힌 버릇은 무거우며, 마음의 본성을 밝게 하는 관행은 약하고, 마음은 들뜨고 어리석어 무명의 힘은 세고, 지혜의 힘은 약해 선과 악의 경계에서 마음이 동요한다.' 나는 선정과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마음의 촛불을 조용히 태우면서 어지럽고 망령된 생각을 다스렸다.

 

 

좌)공양초, 우)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

 

용문사의 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