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경대 평전

002. 1부 - 푸르디푸른 꽃씨

이동권 2021. 4. 8. 22:43

강경대는 나긋나긋하고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처음 봐도 누구나 호감이 가고 친해지고 싶은 소년이었다. 건장하고 야무진 자태, 정답고 거침없는 성품, 믿음직하고 진실한 영혼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또한 경대는 순수하고 진지한 데다 붙임성도 많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앙상하게 말라붙은 나무를 쳐다보면서도 멋지고 쓸모 있는 나무라고 칭찬할 만큼 마음이 넓었고, 배워야 할 일이라면 머리를 숙이고 당당하게 물어볼 만큼 의욕이 넘쳤다. 이제는 사라져 저 하늘의 별이 됐지만,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깊고 섬세해진 삶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기꺼이 그 별의 궤적을 뒤따를 것이다.

 

어린 강경대 열사

하월곡동 밤나무골. 집들이 뒷산 솔밭과 바짝 잇대어 언뜻 보면 공기 좋고 물 맑은 ‘명당자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은 하루살이가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산동네였다. 사나운 북풍이 몰아칠 때면 방으로 외풍이 스며들어 이가 갈리고, 식수 사정이 좋지 않아 마실 물을 길러다 먹어야 하는 곳. 바람이 부는 날에는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마시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날마다 수십 번씩 가파른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삶의 고달픔이 저절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도 가난한 살림살이 그대로였다. 현관문이 삐딱하게 매달려 있거나 아예 대문 자체가 없는 집도 많았고, 슬레이트와 시멘트로 쌓아올린 집들이 옥수수처럼 빼곡히 붙어있어, 더운 날에는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또 큰비가 오는 날이면 시멘트와 흙으로 쌓아 올린 축대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아슬아슬했고 골목 어귀에는 이름 모를 잡초와 이끼가 뒤덮여 몹시 스산한 느낌까지 주었다. 
강경대는 이곳에서 첫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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