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쇄를 찍을 때 고은 시인의 추천이 띠지로 들어갔다. 당시 훌륭한 선생님께서 책을 추천해 주셔서 너무 놀랐고 기뻤다. 10년이 지난 뒤 나는 또다시 놀랐다. 고인 시은의 미투(Me Too movement)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추천사를 써 주었다. 사진은 목동 방송회관의 PD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강연 때의 모습이다. 이정희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 국민입법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추천사
"이 책에서 그려낸 얼굴, 깊이 간직하고 싶어요."
통곡해야 할 비극을 일상으로 바꾸어 사는 사람들.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어 시작했겠느냐"고 되묻는 사람들. 십 년 이십 년 그 일로 먹고사는 인쇄노동자의 말에, 도려줄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종종 지금껏 살아온 것이 미안해집니다. 사람마다 제 힘만큼 짐 지는 법이라 저마다 힘들게 산다지만, 부끄러워 하끈거릴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살고서는, 좀 어렵다고 투정부터 하나 싶어서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옆에 둔 채 하고 싶은 대로 살고서는, 당장 이루지 못한다고 조바심부터 내나 싶어서요.
저만 이런가요? 책장을 열고 처음에는 새삼 부끄러웠는데, 다 읽고 나니 제 안에 치던 파도가 오히려 잔잔하게 가라낮네요. 때로 고독하고 억울해도 자신의 일터에서 떳떳하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이분들의 모습이 도리어 힘을 줍니다.
요즈음 저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것,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가슴에 한 번 그 얼굴이 박히면 도망갈 재주가 없습니다. 물러설 자리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 그려낸 얼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힐끗 쳐다만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직도 많은 세상, 마음을 열어야 보이는 것들을 보아주셔서, 써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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