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 살아서는 신화, 죽어서는 전설되다

이동권 2022. 9. 29. 19:22

Behind the Gare Saint-Lazare, 1932, Silver Gelatin Print, 44.5 × 29.7 cm ⓒHenri Cartier Bresson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비가 내린 뒤 물이 고인 파리 생 라자르역에서 중절모를 쓴 한 남자가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기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 남자의 모습은 수면에 반사된 그림자와 완벽한 대칭구조를 이루고, 뒤쪽 벽면의 포스터 속 무용수의 동작과도 대칭된다.

 

그는 사진에 무엇을 담으려고 한 것일까? 그의 사진들은 빨리 찍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디지털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 흑백 특유의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20세기 근대 사진의 증인이자 현대사진의 서문을 연 선구자, 세계적인 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창립자다. 그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예술로 승화시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진미학의 정점을 찍은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브레송은 사건, 사고처럼 뭔가 특별한 이미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또 피사체를 강조하거나 과장하는 표현들을 철저히 배격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삶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의 사진 철학 때문이다.

 

브레송의 사진 미학은 우연이 빚은 장면이다. 그는 예견치 못한 이미지를 소형 카메라로 촬영해 정적인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멈춰진 한 장면이지만 운동성이 느껴지고, 동영상처럼 보인다. 특별하진 않지만 강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Butcher at Saint-Honore market place, Rue Danielle-Casanova, Paris, 1968, Vintage Gelatin silver print, 25.4 × 16.7 cm ⓒHenri Cartier Bresson

 

Rally supporting President Charles de Gaulle, Champs Elysées, Paris, 1968, Gelatin silver print, print date: 1980s, 24 × 16 cm ⓒHenri Cartier Bre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