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강성갑 재무설계사 - 사람을 망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에 대한 애착’

이동권 2022. 9. 26. 22:39

강성갑 재무설계사


강성갑 재무설계사는 ‘서울’을 동경했다. 나고 자란 곳이 마냥 답답했고, 대학마저 고향에 있는 국립대에 다녔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특정 분야의 업무도 고집하지 않았다. 단지 사람을 좋아해 ‘영업’ 같은 일을 하고 싶었고, 그저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서 잘 살기를 바랐다.

강 씨는 대학 졸업 후 조용필의 노래, ‘꿈’의 가사처럼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답답했어요. 서울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지요.”

서울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수많은 난관과 방황, 낭패를 안겨줬다. 인생의 단맛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었기에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다. ‘오뚝이’ 같은 마음이 없었다면 그는 벌써 낙향을 했을 터였다.

강 씨는 재무설계사가 되기 전까지 8년 동안 다른 길을 걸었다.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했고, 잘 모르는 분야의 사업에도 뛰어들어 맨바닥에 ‘헤딩’도 해보았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생각과 달랐고, 생각처럼 안 됐다. 그는 이러한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 같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꿈을 꿨다. 돈을 잘 버는 것은 어려우니, 차라리 적은 돈이지만 잘 관리해서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자는 꿈이었다. 하지만 강 씨는 먹고사는 일이 바빠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자꾸 미뤄지고, 미루길 반복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8년 동안의 외도는 강 씨가 재무설계사가 되기까지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막막한 나날이 계속되던 2007년. 머지않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일반인들의 경제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재무설계에 대해서 배운 게 없잖아요. 직접 현장에서 배울 수밖에요.”

강 씨는 ‘현장’을 고집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고, 개인적으로 지식을 쌓으면서 실무 경험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년 동안 한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다. 게으름은 쇠붙이에 붙은 녹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갉아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회사에 취직했어요. 이리저리 둘러보니까 재무설계를 배우기에는 한국 회사보다 외국계 회사가 더 좋겠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일해보니까 재무설계보다는 보험이었죠. 실망이 컸어요.”

강성갑 씨는 3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삶을 겪으면서, 이후 자신이 할 일에 대한 기준을 세웠고, 기틀도 다질 수 있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희망재무설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재무설계의 기본을 정립했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웠다.

“재무설계사라는 직업이 시간도 자유롭고, 돈도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환상이에요. 고객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자세, 즉 ‘소명의식’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사람들에게는 평생 돈에 대한 고민이 따라다녀요.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목돈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죠. 이럴 때 당황하지 않도록 수중에 돈이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재무설계사의 임무예요. 현재의 조건을 잘 관리해서 나중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강 씨는 자신의 직업에 상당한 만족을 느꼈고, 프라이드도 강했다. 그래서인지 재무설계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이 길을 적극 권했다. 하지만 직업이란 늘 ‘함정’이 있는 법. 그도 그것이 염려스럽다.

“재무설계는 고수익의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그런 방법을 알고 있으면 제가 부자가 됐겠죠. 재테크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금융회사만 돈 벌죠. 후배들에게 재무설계사라는 직업을 추천해주고 싶긴 한데 아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무설계사는 다양한 사회경험이 있어야 해요. 지식은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사람의 생활패턴, 소비 습관 등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만 제대로 설계를 할 수 있어요. 지식으로만 풀 수 없죠.”

일반인들은 재무설계라고 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날 벌어 그날 쓰기에도 바쁜 사람들, 2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강 씨는 이런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재무설계를 한다.

“우리나라 소비 수준이 높아요. 이미 일본을 넘어섰지요. 소득은 2만 불인데 소비는 3만 불을 넘었어요. 소시민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지출을 줄여야 해요.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게 했듯이요. 돈 쓸 때가 너무 많은 것 잘 알고 있어요. 놀이시설, 테마파크 등등 주위가 지갑을 열도록 만들지요. 그래도 남들이 사는 것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의 재무설계는 참으로 정직하고 촌스러운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를 바르게 파악하면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 수입이 없는 사람이 지출이 많으면 당연히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여 돈을 모아가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25살 먹은 간호사가 상담을 요청했어요. 한 달 급여는 150만 원 정도였고, 1년 넘게 일했지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는 하소연이었죠. 학교 다닐 때 돈을 써보질 못해서 취직한 뒤 다 써버린 거예요. 한을 풀듯이.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고, 살다 보니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저는 그 간호사에게 목돈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150만 원의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줬어요. 물론 노후대책도 준비하고요. 계속해서 전화를 해보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잘하고 있더라고요. 한 번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요. 버는 게 뻔하고, 쓰는 게 뻔해서. 그래로 결과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계획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강성갑 씨는 희망재무설계에 근무하면서 책도 냈다. 안정적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재테크 따라하기 지침서, ‘내 월급은 정년이 없다’다. 이 책은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한 필독서와는 다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는 대신 누구나 실생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재테크 요령을 알려주고, 또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경제 위기나 모멘텀을 견뎌낼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 책의 장점은 일반인들이 가장 절박하게 생각해왔거나 아니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끄집어내 하나하나 짚어본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풍부한 사례, 검증된 정보와 분석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는 화법은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은 저자와 독자가 대면하며 상담을 하듯이 쉽고 친절하게 재테크의 해답을 들려준다.

“희망재무설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재테크 강의를 준비하다 책으로 내게 됐어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은 제가, 더군다나 노후대책 부분을 맡아서 고민이 좀 들긴 했어요. 그래도 블로그를 꾸준히 하면서 인정을 받은 측면도 있었고, 이전 사람들의 노후대책은 늘 그 얘기가 그 얘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의 글을 원하기도 했죠. 예상처럼 반응은 괜찮았어요. 요즘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요. 지식의 전달보다는 여러 가지 사례로 리얼리티를 살려서 썼기 때문에 동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강 씨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한 달에 100만 원 이하의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무설계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기본적으로 200만 원은 벌어야 재테크가 가능해요. 한 달 생활비가 적어도 100만 원은 들기 때문이에요. 100만 원으로는 재무설계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빚까지 있어 봐요. 완전한 마이너스죠. 하지만 방법이 꼭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으는 방법을 추천했다.

“소득이 100만 원 이하라면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밥은 되도록 사 먹지 말고 도시락을 싸세요. 집도 줄여서 월세 비용도 최소한으로 하고요. 주위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로 살면 안 됩니다. 그리고 가계부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다 잘지만 그래도 써야 합니다. 그러나 가계부를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점검입니다. 내가 어떤 곳에 돈을 얼마나 쓰고 사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돈을 지배 못하면 지배당해요.”

강성갑 씨는 또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체크카드를 쓰라고 권했다.

“신용카드를 쓰면 돈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요. 또 신용카드는 다음 달 수입을 예상하고 미리 당겨 쓰는 것이지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쓰는 돈을 생각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직장이 없거나 개인사업자라면 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을 이용해 보세요. 이 통장은 직장인들의 급여통장과 같은 기능이 있어서 은행업무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통장을 저축통장과 생활비 통장으로 분리해서 사용하면 좋아요.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아요. 일단 가계부와 체크카드 쓰는 문제부터 시작해보세요.”

역경은 사람에게 돈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지혜를 준다. 강 씨가 젊은 시절 겪었던 역경 또한 지금의 그에게 많은 지혜를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오늘날 현실에 있는 모든 것은 값이 매겨지고 있지만 가치에 대한 발견은 인색하다. 삶 또한 ‘돈’을 버는 것에만 치중해 ‘의미’를 놓쳐버린 경우도 많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에 대한 애착’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