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선덕 가수 - 트로트가 좋아 트로트 가수 됐어요

이동권 2022. 9. 26. 15:29

선덕 가수


선덕은 상큼하고 달짝지근했다. 딱 보기에도 시원스럽고 좋았다는 뜻이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어깨에서 흐르는 단아함, 열아홉 살이 주는 왠지 모를 풋풋함, 골치 아픈 질문에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어주는 배려심까지, 뭔가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아주 나긋나긋하고 향기로웠다. 이웃집 여동생 같은 느낌은 정감을 자아냈다. 그래서 말했다. “이웃집 여동생 같아서 무척 친근하게 느껴져요.” (선덕은 앨범 '열 아홉 살이죠' 이후 앨범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덕은 한껏 웃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예쁘다’는 얘기를 먼저 듣고 싶어 하겠지만 선덕은 이웃집 여동생이라는 말에 더욱 신나 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매력보다는 안팎에서 두루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까닭이다. 

 

“제가 이웃집 여동생 같으세요. 잘 봐주셔서 고마워요. 이웃집 여동생.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어디에 있겠어요.”

선덕을 만날 때부터 뭔가 활발하고 만족스러운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웃집 여동생 같은 이미지에서 나오는 보드라움, 그것에 흠뻑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말참견을 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았고, 사소한 농담까지도 모두 이해하고 응답해줄 것 같아 기대감에 부풀었다.

 

“선덕 양이 트로트의 여왕이 되면 ‘선덕여왕’이 되겠네요.”

예감은 적중했다. 근본적으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선덕은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주는 강한 근성, 또 좋은 것을 익히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흡인력이 무척 뛰어났다. 또 위축되지 않은 당당함이나 소탈한 됨됨이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아, 말씀대로라면 제가 ‘선덕여왕’이 되는 건가요. 하하하.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노래할게요. 저를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설 거예요.”

특히 아이돌, 걸그룹, 댄스뮤직이 판을 치는 가요계에 트로트라는 장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점이 좋았다. 대중음악계에 다양성과 색다른 공감을 선사한 것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저는 트로트가 좋아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장르예요.”

선덕이 트로트를 부르게 된 이유는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듣고 배웠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결과였다. 선덕의 아버지는 유명한 작곡가다. 그래서 선덕은 온 집 안을 가득 채운 음악, 그 음률의 흐름을 타고 성장했으며, 아버지가 작곡해준 노래로 각종 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고복수 가요제, 대한민국 향토가요제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트로트요. 작곡가인 아버지 때문이에요. 피아노를 배우고, 민요를 하고, 트로트를 하게 된 것 모두 음악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이죠.”

선덕은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지만 또래의 친구들처럼 열아홉 살 꽃띠 청춘이다.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즐긴다. 또 가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지만 (슬그머니 떠본 결과) 언젠가는 백마 탄 왕자처럼 멋진 남자친구가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는 눈치다. 

 

“아직은 없어요. 언젠가는 나타나겠지만 지금은 노래 부르는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에요.”

선덕이 형용할 수 없는 달빛처럼 순수하고 수정 같은 목소리로 대중가요계에 한 획을 긋게 될 날을 꼽아본다. 힙합, 댄스, 발라드, 랩이 아니라 트로트로. 그저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환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환희와 행복, 슬픔과 애환을 달래줄 수 있는 성숙한 가수로서 말이다. 아니 선덕의 그 예쁜 미소와 가창력,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성품까지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듯싶다. 

 

“타이틀곡 ‘열아홉 살이죠’ 많이 사랑해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음반에는 ‘오빠 달려’라는 곡도 있어요. 오토바이 타고 일하는 아저씨들이 제 노래 많이 틀어놓고 달리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