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부림치고 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자원이 바닥나고, 수많은 환경오염 물질이 하늘과 땅, 물과 나무를 파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요지부동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위협을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고 있다. 마치 명멸하는 무지개의 아름다움에만 도취돼 있는 모습이다.
인류의 목숨을 스스로 갉아먹는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계는 그 해답을 재활용에서 찾고 있다. 환경을 규제하는 방어적인 대응을 넘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의도다. 특히 재활용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더욱 의미 있는 방법이며,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달콤하고 향긋한 커피는 언제나 생활의 활력. 그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한 여유를 선사한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가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2천 원짜리 커피 한 잔의 가치다. 다 마시고 나면 몸속에 카페인만 남긴 채 모두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보면 머릿속이 아찔하다.
원두커피 찌꺼기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 쓰레기통으로 직통했을 것이고, 커피를 마신 사람들도 아무런 미련 없이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을 휴지통에 버렸을 것이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썩으려면 10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종이컵은 소각장으로 실려가 태워지고, 각종 유해물질로 변해 하늘을 뒤덮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오염물질로 채워진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고, 언제 드러날지 모를 병을 안고 살게 되며, 지구도 홍역을 앓은 아이처럼 뜨겁게 변해간다.
2천 원짜리 커피가 준 여유치고는 참으로 많은 흔적이 남지 않는가.
재활용은 환경이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아주 작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천연 지구자원이 고갈돼갈수록 재활용은 각광을 받게 된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생산과 소비의 순환고리를 인정하면서 환경오염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특히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재활용이라는 작은 이야기는 아주 큰 이야기가 된다.
재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구자원의 고갈이다. 화석 연료는 50년, 우라늄은 100년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이대로라면 심각한 자원부족 현상으로 전 지구는 에너지 전쟁터가 될지 모른다. 환경오염 문제도 크다. 제품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주범. 가능한 자원을 적게 사용하면서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가능하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생산량과 국민 1인당 사용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이 중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될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중 재활용된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양과 비용,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재활용 제품의 장점은 더욱 선명해진다.
신제품 PE 1kg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은 1.8kg이다. 반면 재생 PE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0.7kg으로 절반 이상 저렴하다. 돈으로 환산하면 신제품 PE 1kg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870원/kg이지만 재생 PE 1kg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314원/kg. 재활용 비율을 10% 정도만 올려도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동차 교류발전기 생산에 드는 비용은 재활용이 신제품의 12%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신제품 PE 1kg에 1.71kg이지만 재생 PE 1kg은 0.81kg으로 현저히 낮다.
재활용 제품의 우수성을 익히 알고 있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권장한다. EU에서는 가전제품 중 8개 품목에 대해 유독성 물질 사용 금지 의무를 실시하고, 생산지 구분 없이 재활용 비율과 무료 수거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또 유해 물질 함유 제품 등은 제품 구매 시 소비자가 재활용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재사용하며, 폐기물도 재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신제품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둔 제품까지 생산하는 추세다. 하지만 재활용에 대한 인식과 철학 부재로 재활용산업이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재활용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정부가 인내를 가지고 제도적으로 이끌어간다면 지구자원 고갈은 물론 환경오염에 대한 근심은 의외로 쉽게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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