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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CNSO) 연주회 - 추 첸민,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의 강렬한 선율

이동권 2022. 9. 23. 02:35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CNSO

 

14억 중국의 자존심을 확인했다.

세계 정상급 중국 음악인들로 구성된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CNSO)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믿음직하고 정확한 음정과 면도날처럼 예리한 박자, 휘몰아치는 음악적 감성이 하나로 어울린 이들의 연주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증명했다.

지휘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거장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리 신차오'가 맡았다. 리 신차오는 중국 국립 지휘대회 1위, 브장송 국제지위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1994년부터 중국국립발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과 정확하고 강단 있는 지휘, 작품에 대한 명료한 해석과 광범위한 적응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제2의 '오자와 세이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절도 있고 부드러운 '리 신차오식' 지휘법은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완숙한 음악적 열정이 실린 섬세한 손놀림에서는 연주자들을 배려하는 그의 성품도 느껴졌다.

첫 번째 곡은 추 첸민의 곡 '메이플 다리에 흐르는 달빛'이 연주됐다. 이 곡은 감미로운 하프 소리와 절제된 현악기들의 선율이 돋보였다. 몇몇 분들은 이 곡의 정제된 평화로움에 취해 졸기도 했지만 중국 현대음악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두 번째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Op.43번'이 연주됐다. 이 곡은 피아니스트 강충모가 협연했다. 강충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흐 전곡 시리즈를 완주하며 음악계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음악인이다. 그는 바흐의 곡을 소화하기 위해 5년간의 고행을 했다고 전해져 화제가 됐다. 마치 구도자의 모습으로 음악에 정진해 물신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의 혼탁한 정서를 순화하는데 크게 귀감이 됐으며, 한국 음악사에도 큰 획을 그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의 수상 경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세계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 1위로 입상하면서 탁월한 연주력과 음악적 감성을 세계에 과시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초빙되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사람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 인생의 무상함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한 곡에 담고 있으며, 음악인들에게 도전적인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창작만으로는 가족의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피아노를 쳤다. 그렇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었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세계적인 음악 2곡을 작곡했다. 바로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뛰어난 기교와 음악적 감성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곡이다.

나는 중국심포니오케스라의 연주를 들으면서 뭔가를 갈구하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연주자들의 기교에도 놀라긴 했지만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피아노 선율 때문이었다. 특히 18번 변주 부분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그윽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어 '쇼스타코비치'의 격렬한 곡 '교향곡 10번 e단조, Op93번'이 연주됐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난해하고 깊다. 공기와 함께 떠다니는 것처럼 가볍게 호흡하다가 현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사납게 빛을 발하기도 하며, 한 줄기 혜성이 하늘에 곡선을 그리며 날다 땅에 떨어져 폭발하는 것처럼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폭이 크다. 하지만 아직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의문이다. 어렵다.

내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클래식 음반은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쇼팽도 아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였다. 늘 그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난해함.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음악을 들을수록 계속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흡인력만은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