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연주회를 열었다. 지휘는 남다른 곡 해석력과 통찰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지휘자 로젠 밀라노트(Rossen Milanov)가 맡았다.
공연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1번을 비롯해 1930년 작품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코(The nose)> 모음곡 작품 15-a(D. Shostakovich, Suite from the opera Op.15-a)와 1971년 작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A장조 작품 141(D. Shostakovich, Symphony No.15 A Major Op.141) 등이 연주됐다.
쇼스타코비치의 1959년 작품인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제1번 Eb 장조 작품 107(D.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Eb Major Op.107)'은 세계적인 첼로리스트 '리 웨이 (Li Wei)'가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리 웨이는 심장 속에 녹아드는 음정과 면도날처럼 정확한 음감, 완숙한 음악적 열정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난해하고 깊다. 공기와 함께 떠다니는 것처럼 가볍게 호흡하다, 현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사납게 빛을 발한다. 한 줄기 혜성이 하늘에 곡선을 그리며 날다 땅에 떨어져 폭발하는 것처럼 부드러움과 강렬함의 폭이 크다.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음악을 조금이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아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감을 집중하던 관객들도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잠을 자기 시작했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한 아이는 연주 중에 박수를 쳐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오프닝 곡 오페라 <코(The nose)>, 첼로니스트 '리 웨이'가 협연한 '첼로협주곡 1번'을 감상할 때는 리드미컬한 곡의 변화와 연주자들의 몸짓 때문에 졸거나 한 눈을 파는 사람이 없었지만, 쇼스타코비치의 말년 작품 '교향곡 제15번'이 나올 때에는 참을성 있게 듣던 사람들마저도 졸음을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연주가 끝난 뒤 객석을 빠져나오면서도 관객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을 평가하기에 앞서,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다. 15년 전, 내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클래식 앨범의 주인공 쇼스터코비치의 레닌그라드였다. 그때는 숨이 막힐 정도로 쇼스타코비치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은 그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만 잔뜩 남기고 공연장에서 나와야 했다.
물론 기분은 좋았다. 언제 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겠는가. '감개무량'했다.
어떤 이들은 클래식 연주회장의 엄숙한 분위기를 고상하다고 욕할지 모르겠다. 춤판을 벌이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난장을 즐기는 우리의 전통문화와는 많이 달라서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핸드폰 소리가 터져 나오거나 떠드는 행동은 문외한들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페테르부르크 출생인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혁명 후인 1925년 페트로그라드음악원 졸업하면서 발표한 <제1교향곡>으로 세계 악단에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주옥같은 음악을 작곡했다. 하지만 1934년 <므첸스크의 맥베스부인>이 공산당의 예술운동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으나 1937년 <제5교향곡>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40년 <피아노5중주곡>으로 제1회 스탈린 상을 받았다.
제2차세계대전을 맞아 그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방공감시원으로 종군했으며, 1942년 <제7교향곡>, 1949년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와 1951년 합창모음곡 <10시의 시>로 다시 스탈린 상을 받았다. 그는 1937∼1941년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1943∼1948년에는 모스크바음악원의 작곡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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