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그룹 메탈리카(Metallica) 공연을 관람했다. 용암처럼 펄펄 끓어올랐던 젊은 날의 메탈리카는 사라졌지만 무대 매너와 열정만은 예전 명성 그대로였다. 특히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그려낸 노래, 원(One)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올림픽 주경기장 특설 무대는 30대 40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객들은 드럼 박자에 맞춰 여음구를 따라 부르거나 머리를 흔들며 열광했다. 모두 하나가 돼 허공을 향해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잃어버렸던 젊음의 열정을 되찾았다.
메탈리카는 James Hetfield(제임스 - 보컬, 기타), Kirk Hammett(커크 - 기타), Robert Trujillo(로버트 -베이스), Lars Ulrich(라스 - 드럼)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9,000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헤비메탈 음악의 지존이다. 드러머 라스는 세계 최고의 드럼 연주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총탄이 휘날리고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전장을 표현한 노래 '원(One)'에서 드럼 연주의 절정을 보여준다.
메탈리카는 록그룹 툴(Tool)의 오프닝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 올랐다. 메탈리카가 음을 조율하는 시간과 무대장비 설치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속되자 관객들의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곡 '크리핑 데스(Creeping Death)'가 연주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관객들은 미친 듯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갈증을 잠재웠다.
사운드는 아쉬웠다. 응집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사운드가 웅장한 연주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냈다. 특히 예리하고 강렬한 기타 음색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웅웅거리는 잡음을 냈다. 또 넓은 공연장 좌우와 중앙, 지정석에서 느끼는 사운드의 편차도 컸다. 더군다나 잠실주경기장 30% 정도밖에 관객들이 차지 않아 너무 큰 장소를 공연장으로 잡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임스와 커크는 웃옷을 벗어 던진 채 화려하고 섬세한 연주를 선보였다. 공연은 퓨얼(Fuel), 웨어에버 아이 메이 롬(Wherever I may roam), 하베스터 오브 소로(Harvester Of Sorrow), 프랜틱(Frantic), 더 언포기븐(The Unforgiven)으로 이어졌다. 오리온(Orion)에서는 메탈리카 새 멤버인 베이시스트 로버트 트루질로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격적인 핑거베이스를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커크는 녹슬지 않은 드럼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력 넘치는 무게감과 노련미 넘치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했다.
무대는 '매스터 오브 퍼피츠(Master of puppets)'로 이어졌다. 관객들은 목이 터져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제 자리에서 뛰었다. 메탈리카는 페이드 투 블랙(Fade to Black), 배터리(Baterry)를 부른 뒤 사라졌다. 다음 곡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날 줄 알고 '앙코르'를 외쳤다.
다시 웃으면서 무대에 나온 메탈리카는 이들의 명곡 원(One),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에서 최고 절정이었다. 1만 7천여 명이 운집한 올림픽 주경기장은 순간 무너져 내릴 듯이 뒤척였고,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메탈리카는 순간 공연을 잠재우듯이 낫싱 엘스 매터스(Nothing Eles Matters)를 불렀다. 이때 관객들은 라이터와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손을 흔들며 장관을 연출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초기 슬래스메탈 명곡인 시크 앤 디스트로이(Seek & Destroy)와 미공개 신곡을 연주했다. 이 자리에서 관객들은 현란한 기타 반주에 맞혀 제각기 헤드뱅잉을 하면서 이 순간을 즐겼다. 메탈리카는 공연이 끝난 뒤 계속 무대를 떠나지 않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드러머 라스는 관객들에게 드럼 스틱을 선물하기도 했다.
메탈리카는 2021년 ‘더 블랙 앨범’ 3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 앨범 ‘더 메탈리카 블랙리스트'를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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