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전경옥 가수 - 민족이 사랑하는 여가수가 되고 싶다

이동권 2022. 9. 22. 22:25

전경옥 가수

가끔씩 마음이 외롭거나 쓸쓸할 때 반짝이는 별을 쫓는다. 한적한 시외로 나가 밤하늘에 떠오른 별을 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우울할 때나 힘들 때나 저 별처럼 변함없이 몸을 반짝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가끔씩 음악도 듣는다. 그 음악을 따라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사랑의 이름도 부르고, 삶의 희망도 건져낸다. 기약도 없는 희망일지라도 이 세상에 평화와 위로가 숨 쉬길 기도하면서 마음 아픈 얼굴들을 떠올린다.

전경옥 가수의 노래에 한참 동안 몸을 파묻고 앉아 불꽃같은 욕망을 다스린다. 너무도 외롭고 고독해 공허한 빛을 내는 이 세상의 슬픔들을 새로운 것으로 잉태하는 상상을 하면서 그의 노래 속을 나뒹군다. 그의 노래는 토끼털처럼 너무도 부드럽고 포근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전경옥 가수는 음악운동단체인 '민족음악연구회'에서 솔로를 도맡았던 간판 민중가수였다. 현재는 아트 팝(Art Pop)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개척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국악 등의 경계를 오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크로스오버 영역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다.

전경옥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을 마련했다. 친정집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는 '나눔의 집' 근처로 이사를 가면서 더 자주 들려보게 된 그는 예전보다 할머니들이 많이 늙은 데다, 작고한 분까지 계셔 더욱 서둘러 공연을 열게 됐다. 

"오래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림과 함께 글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공연으로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고, 또 자라나는 어린이들한테 얘기하는데 어려움도 있잖아요. 할머니들과 친분을 나누고, 일상적으로 만나다 보면 제 할머니 같고, 동네 할머니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피해의식도 있고,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마음을 많이 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하루하루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수요집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들 찾아오는 것 다 챙겨주시고. 정말 편안하게 여생을 마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경옥은 작년에 '나눔의 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때 그는 할머니들의 손을 잡으면서 하루속히 공연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공연을 준비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손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향린교회 문화나눔공동체 '문향'에 공연을 제안했다.

"문향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인데, 이 분들에게 위안부 할머니 문제로 삼일절 공연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어요. 음악회를 한 번 해보자는 뜻도 있었고, 다들 좋은 마음으로 동참해주셔서 공연을 열게 됐지요. 할머니들은 죄가 많아서 재수가 없어서 당한 게 아닙니다. 제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위안부가 될 수도 있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저에게 '내가 위안부였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 문제는 바로 제 엄마의 일일 수도 있고, 그런 시대가 다시 온다면 제 딸이 될 수도 있죠. 위안부 할머니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 역사를 바로 세웠으면 합니다."

전경옥은 파리에서 공부했다. 음악공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아 민망하다는 그는 음악적으로도 한계가 느껴지는 데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어 유럽의 문화를 체험하게 됐다. 그리고 1년 3개월 뒤 자신감을 얻고 한국에 돌아왔다.

"정말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만의 독특한 색깔과 메시지를 가지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그는 흑백논리에 젖어 댄스 같은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절대로 영어 노래는 듣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바뀌었다. 이제는 모든 음악을 포용하고 즐기게 됐다.

"어느 나라에 가든 민족이 사랑하는 여가수가 있습니다. 그런 가수들의 공통점은 요란한 치장이 아니라 간단하고 소박한 멜로디로 민족의 아픔을 담아내는 여가수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여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좀 더 사람들이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저를 알리고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곳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다음 일정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지만, 이번 공연이 하나의 불씨가 되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당분간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문제를 가지고 개인 공연을 가질 계획입니다."

그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노래는 <힘내라 맑은 물>과 <더불어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