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가람휘 화가 - 한미 FTA 포기했으면 좋겠다

이동권 2022. 9. 23. 02:46

가람휘 화가

가람휘 화가의 그림에서 오열이 느껴졌다. 참을 수 있을 만큼 견디었으나, 이제는 힘이 빠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린 사람 같았다. 눈물은 쏟아져 내리고,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된 남자. 마치 산채로 관 속에 누워 땅에 묻히는 듯 하염없이 슬프고 비참하다.

한미 FTA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 가람휘 화가를 만났다. 훤칠한 키와 담백한 말솜씨, 겸손하고 포근한 미소, 이 모든 게 서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때문에 무척 편안하고 정겹다. 매사에 알뜰할 것 같은 맛도 느껴진다.

'가람'은 강물, '휘'는 곡식을 담는 그릇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이 두 단어를 합친 이름 '가람휘'는 '강물을 담는 큰 그릇'이 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가람휘는 광화문에서 '한미 FTA반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햄버거를 먹으려는 남자'를 전시했다. 한미 FTA를 막아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리게 됐다. 화가로서 그림만큼 더 좋은 선전도구는 없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한미 FTA반대 운동에 제 그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도대체 FTA가 뭐길래 농민들이 저렇게 싸우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인터넷에서 공부를 했죠. 한미 FTA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피켓이나 문구보다 이미지로 보여주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작품 '햄버거를 먹으려는 남자'는 마음이 아프다. 이 그림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햄버거를 먹는 민족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한 남자가 들고 있는 햄버거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얼굴에는 한반도 모양의 황금 가면이 씌여있고, 창백한 피부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남과 북이 단절된 3.8선은 지퍼로 표현됐다.

"피카소가 나치즘을 비판하면서 '게르니카'를 만들어냈듯이 '햄버거를 먹으려는 남자'는 그런 맥락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중간에 포기했던 나라들처럼 우리 정부도 (민중이 원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를 포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1937년 독일의 폭격에 의해 폐허가 된 에스파냐의 북부 도시 '게르니카'를 그린 작품이다.

 

햄버거를 먹으려는 남자, 유화, 146 X 11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