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포토에세이

내 청춘의 초상을 묻다

이동권 2022. 9. 21. 23:05



끝이 보이지 않는 빌딩 숲을 걸으면서
내 청춘의 초상을 진지하게 묻는다

사나운 바람을 따라
쇠약해진 입김을 내뿜으며 리어카를 끌고 있는
연탄장수 아저씨를 보면서
내 인생의 진심을 성실하게 묻는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모든 기쁨들이 단숨에 증발해버린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길을 간다
욕망의 나날을 떠올리며 빌딩 숲을 걸어간다
가슴이 찡해지는 수많은 사연들에는 눈과 귀를 막고
아름답고 고귀한 것에만 감탄사를 준비한 채
제 갈 길만 간다

어느 날
젊음으로 반짝이는 어느 청년이
늙고 병들어 추하게 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젊고 아름답던 내 얼굴과 몸매가
왜 주름지고 구부정해졌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젊고 아름다운 시절에는 친구들도 많겠지만
그 시절은 하얀 포말처럼 거품을 일으키며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이다


풀리지 않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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