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조대연 고래가 그랬어 편집장 -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책

이동권 2022. 9. 21. 01:14

조대연 고래가 그랬어 편집장 ⓒ정택용


회의실 탁자 위에 '고래가 그랬어'가 놓였다. 이 책을 보면 피식 웃음부터 난다. 어른이 보아도 재밌고 유익하다. 무럭무럭 연기가 나는 아궁이에서 갓 익은 감자나 고구마를 꺼내는 마음처럼 손부터 간다. (이 책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너무 반갑다.)

'고래가 그랬어'가 독자들에게 소위 '먹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조대연 편집장은 "'고래가 그랬어'는 어른들이 자신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식이든, 양식이든, 평등한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깨우치게 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부분에서 완벽하게 쌍방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후에는 어린이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재밌고 간단 명료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도 많다. 이제까지 어린이 책에서 볼 수 없는 주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안 그래도 힘겨운 세상살이, 밝고 아름다운 것만 얘기하지 왜 심각한 얘기를 꺼내놓느냐고 말이 많다. 그러나 조대연 편집장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고래가 그랬어'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념적이다, 의식화시킨다는 식의 편견이죠. 하지만 이 책은 우리 사회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상업주의 사회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상실한 것을 채워주고요.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재밌게 얘기하려고 합니다. 동무들과 잘 어울리고, 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자고요."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가 열렬한 독자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메일로 격려를 보내기도 하고 질책도 한다. 그러나 한결같은 반응은 아이들과 함께 '고래가 그랬어'를 읽으면서 달라진 게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부러 구입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대화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부모들도 자녀들과 대화가 늘어났다고 좋아하십니다. 역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대화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07년 '고래가 그랬어'는 대화를 하게 하는 원인, 주제 등을 심도 있게 연구, 분석해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속 시원하고 의미 있는 대답이었다. 그의 말에는 '고래가 그랬어'의 편집장으로서의 책무뿐만 아니라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깊은 숙고와 고민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조대연 편집장은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 사회를 반영한다"면서 "고학년 아이들은 자기 반 친구를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 어른들이 먼저 잘해야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대통령, 과학자 같은 통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났죠. 하지만 노동자가 되면 실패한 인생으로 여기고 있어, 여전히 문제점은 많습니다. 그래서 '고래가 그랬어'는 농사짓는 농민, 학교에 데려다주는 버스 기사, 하다 못해 햄버거가 먹고 싶어도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노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요."

그는 "자포자기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신이 자랐던 시절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자포자기하는 경우는 없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 중학생들처럼 성숙합니다. 사교육 때문인지 말도 잘 하죠.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포자기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사는지 자책이 심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거나 잘못하고 있으면 어떻게든 이끌어주고 바꿔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데, 자포자기하는 아이들에게 대해서는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