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김미선 이솔공작소 대표 - 붉은 열정이 비추는 예술인으로 살고 싶다

김미선 이솔공장속 대표 ⓒ정택용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 민족 설화에 등장하는 '주작'을 모티브로 만든 민주노총 총파업 깃발을.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따라 깃발 속의 주작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던 그날의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

과연 이 주작 이미지를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반지하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두 평 남짓한 시멘트 방. 난방조차 되지 않아 차갑고 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붉은 열기를 내뿜으며 회전하고 있는 따순이(전기난로)만이 사람들의 움츠린 몸과 마음을 녹여줄 뿐이다. 

'민중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담는다'는 컨셉으로 만든 주작 이미지는 '사람중심 현장미술'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역사회에서 미술운동을 하고 있는 김미선 이솔공작소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투쟁의 의의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원했어요. 그 당시 드라마에서 고구려가 이슈이기도 했고, 강대국에 의해 핍박받고 있던 고조선 유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북방을 개척하면서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켜나갔던 점이 민주노총의 투쟁과 잘 맞다고 생각하고 주작을 주 이미지로 사용하게 됐지요. 세상 바꾸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하나로 모아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바로 이 깃발의 의미입니다."

이 주작 이미지는 별다른 수정 없이 한 번에 통과했다. 그렇지만 막상 깃발이 제작되자 사람들은 주몽 드라마에 나오는 '삼족오'아니냐고 묻거나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단호했다. 

 

"삼족오가 아니라 '주작'입니다. 삼족오는 방송사가 왜곡한 것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두꺼비도 나와야 합니다. 민족설화에서 청룡, 백호, 현무와 함께 사방을 지키는 신 중의 하나인 주작은 남방의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작은 삶과 생존을 관장하는 신 중의 하나로서 민주노총 투쟁과 일맥상통합니다."

김 대표는 "민중진영이 문화콘텐츠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량이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시대가 발전하고 대중이 변해가고 있다"면서 "틀에 박힌 것보다는 좀 더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승리하지 못합니다. 더 많은 응원자, 동조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중들이 좀 더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또 대중과 소통하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지요. 무조건 보고 들어라고 하면 보고 듣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