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정지연 화가 - 모든 것은 변해가고 있다

이동권 2022. 9. 12. 22:13

정지연 화가


정지연 화가는 규칙적인 백수다. 아침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오후에는 집 주변을 산책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어떤 때에는 오후에도 그림에 매달린다.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이런 일상을 지겨워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매시간, 매일,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미미하게나마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경험한 일들, 혹은 보고 듣고 느꼈던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 시간이 새롭고, 하루하루가 새롭게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나'라고 할지라도 매우 미미하게나마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그림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지연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순한 양 얼굴을 하고 있는 여인이다. 등뼈를 드러낸 여인도 있고 다른 사람의 몸과 머리가 붙어있거나 동체인 경우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신화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데다, 무료한 표정의 여인들에게는 기이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기이하다고 생각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유유자적하게 생각이 변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과정을 표현했습니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모든 것은 변해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양 얼굴에는 인간도 아닌, 동물도 아닌,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

그녀는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반추했다.

"예술가는 이른 나이에 남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선입견이 무섭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런 '아우라' 먼저 가지려는 것은 좀 어리석은 짓입니다. 저 역시 가지려고 노력한 적도 있고, 벌써 가졌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처음부터 없었으니 지금부터 기르자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히 자신을 이해하는 인간은 없고 죽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지연 화가의 최종 목표는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시각으로 그림을 대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아직도 과정 중에 있고, 많은 환상들이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인사말 정도라도 한 마디쯤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맑은 눈빛으로 일상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다. 요즘 같은 세상은 크고, 많고, 풍요로운 것에만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녀는 작고 아름다운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그것을 한창때를 맞은 꽃으로 키워내기 위해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