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해 터부시하고 금기시하는 전통적인 유교문화를 깨부수기 위해 인체 사진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사진작가 김남진. 그는 1987년 '이태원의 밤'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1993년 '폴라로이드 전사에 의한 누드전'을 비롯해 '94 사진의 새 바람', '한국 사진의 수평전', '신체 또는 성' 등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해 반다익 브라운(Van Dyke Brown) 프린트를 통한 힘 있는 남성누드를 보여준 바 있다.
공학도였던 김남진이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 사진이 매우 좋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 후 대학생활에 실망한 뒤 자신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그는 철학, 문학 등 여러가지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당시 "하이데커가 저술한 낭만파 시인 휠더린 연구에 관한 책이 인생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그는 고려대 사진 동아리 '호영회'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고 '사진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작가의 길로 나서게 됐다.
김남진 사진작가는 한동안 '인체'에 매달렸다. 그중에서 알몸, 혹은 누드. 그는 인간의 몸에 대해 전통적인 억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봐 주기를 원했다. 몸과 정신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거나, 몸에 대한 생각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 관습에서 벗어나 육체와 정신을 동일하게 봐야 한다"면서 "몸은 단순히 살이 아니라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참된 세계는 본질적으로 감각으로 된 세계이고, 몸은 이러한 세계를 아는 데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통로라고 합니다. 또한 크리스 쉴링은 몸은 사회 안에서 출현하여 사회와의 관계를 맺으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형되는 미완성의 생물적 현상인 동시에 사회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몸으로 살아가고 있고, 몸으로 죽는 존재인 만큼 몸처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몸으로서의 삶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것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말할 나위 없이 크지요.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더라도 몸의 한계를 초월할 수 없습니다. 내 몸의 주인이면서 내 몸의 노예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게 됐습니다"
김남진 작가는 전시 기획자로 이름을 날렸다. 서울에서 최초로 열린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도 그의 고민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단발적인 국제행사는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사진작가들과 일반인들을 끌어 모으고 자극할만한 큰 행사가 없었다. 그러나 "아카데믹한 전시회가 아니라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나는 그가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을 준비할 때 그를 만났다. 그는 그때도 갤러리 브레송 대표였고, 지금도 여전하다. 갤러리 브레송은 아마추어 작가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진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다. 현재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열리지 않고 있다. 뭔가 이유가 분명 있을 테지만... 그를 만난 지 너무 오래됐다.
한국에서는 단발적으로 열린 사진행사가 많았지만, 지속적이고, 사진작가들과 일반인들을 끌어모으고 자극할만한 큰 행사가 없었다. 국제사진페스티벌이 최초다. 그러나 그는 "아카데믹한 전시회가 아니라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일반인들이 많이 와서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들이 무료로 개방을 해도 사람들이 안 들어가잖아요. 유동인구는 많은데도. 유흥가로 전락하고 있는 인사동이 참으로 안타까워요. 사진계의 발전뿐만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사진가를 위한 페스티벌인 동시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입니다. 일반 대중들은 없고 사진작가들만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사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 사진작가가 말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가가 되는데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그의 대답이 궁금하다.
"사진을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 보면 작가가 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요즘은 아마추어들도 기술적으로 매우 빼어납니다. 하지만 프로와 다른 점은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아마추어들은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지만, 사진작가들은 사물을 인지하고 해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이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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