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며 추암으로 떠났다. 아직 내겐 젊음이 번져 있어 그곳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나 특별한 아름다움 같은 것은 선사받지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삶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살아가는 시간들이 평화로 채워지길 기대했다.
신선한 공기만큼 건강에 좋은 것이 있을까? 파도를 따라 흔들리는 바람의 숨결에 핏빛 기운이 뺨에 돌았다. 뭔가에 쓸려 다녔던 마음도 한층 가벼워 하늘에 닿았다. 휴식을 취할 필요 없이, 안식은 이미 나에게 충만해 있었다. 끊임없는 걱정들이, 일종의 정신적인 피로가 사라졌다. 자연은 경솔한 나에게, 그렇게 아름다운 안식을 선사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들을 어버이 같은 자연의 숨결에 의지하며 얘기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자연은 나를 조용히 타이르며 안심시켰다. 진실한 삶이라면, 그것을 지켜나가는 용기가 있다면 자신을 의심하는 버릇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라야 보물이 있다. 그래야만 교양이나 낭만 따위는 사라지고, 오직 본연의 아름다움으로만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존재할 수 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광인가. 내 죽기 전, 새삼스럽게 뭔가를 찬미해야 한다면 바로 추암을 가까이 두고 얘기하리다.
거칠고 신묘한 추암이 내게 고요함을 가르쳤다. 고결하거나 훌륭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밝음을 찾으며 안정을 얻는 것. 그래, 고요함이란 함께 있어도 피로함을 주지 않는 사람에게 받는 안식과 같다.
추암은 우리나라 최고의 일출 명소 중 하나로, 중국의 능파대와 견줄만한 곳이다. 해안절벽과 촛대바위, 칼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여행의 운치를 더하며, 작은 오솔길을 따라 해암정으로 오르면 상큼한 바닷바람에 취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추암과 삼척 증산을 연결하는 350m, 너비 15∼30m 규모의 해안도로가 완공되면서 추암의 환상적인 일출과 숨겨졌던 수려한 경관이 드러났다. 그동안은 추암과 삼척을 잇는 도로가 없어 먼 거리를 우회해 왔다.
추암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조용한 편이어서 가족단위로 여행하기에 좋다. 아울러 주변에는 무릉계곡과 청옥산, 두타산, 천곡동굴 등의 관광지가 많아 추암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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