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최홍규 쇳대박물관 관장 - 사립박물관에 관심을

이동권 2022. 9. 7. 16:00

이상봉 디자이너, 최홍규 쇳대박물관 관장, 홍석천 배우 2013년 ⓒ홍석천 트위터


율브리너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시원시원한 성정을 가진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을 만났다. 편안하고 호탕한 말투로 전시장을 돌며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그에게서 쇳대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 느껴진다.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아크릴 장식장 안에서 백열등 불빛을 반사하고 있는 쇳대들의 형상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다. '쇳대가 다 그렇고 그런 모양과 재질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무지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쇳대에서는 단단하고 응집된 '기(氣)'같은 것이 넘쳐났다. 또 영원히 주인만을 기다리면서 홀로 외롭게 자리를 지키는 충직한 신하의 이미지도 연상됐다.

쇳대는 귀족적이고 서민적인 '양면성'을 가졌다. 화려한 문양으로 에워싸여 있는 자물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열쇠의 단순함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계층과 부류의 사람이라도 쌀로 밥을 지어먹고 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듯이, 쇳대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용했던 물건이기에 매우 특별한 감흥을 선사하기도 했다. 

쇳대박물관은 '최가철물점'을 운영해온 최홍규 관장이 만들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자물쇠들을 수집, 보존, 연구하기 위해서다. 현재 최홍규 관장은 최가철물점을 경영하고 있으며, 쇳대박물관에는 한국과 세계 각국의 자물쇠 4,000여 점 중 4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쇳대박물관은 그의 꿈이었을까?

"운명이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쇳대는 구질구질한 물건이지만 저에게는 매우 소중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쇳대 수집이 꿈이라기보다는 생활이자 타고난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콤플렉스가 있듯이 저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는데, 쇳대를 수집하면서 많은 힘을 얻게 됐습니다."

세상을 손과 발이 아니라 눈과 입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남의 뒤를 따라가면서 눈으로 세상을 살고,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언행으로 자기를 내세우고 타인을 얕보며 입으로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렇게 사는 삶은 언제나 바쁘고 불만 투성일 수밖에 없다. 또한 타인에게 사랑과 이해로 대할 수 없다. 우직한 철학과 의지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을 보면서 지혜롭고 자비롭게 세상을 껴안으면서 사는 삶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사립박물관에는 국공립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사립박물관들은 국공립 박물관과 달리 설립에서 운영까지 관장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이고 이색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쇳대박물관도 그렇다. 쇳대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옛 자물쇠와 세계 각국의 자물쇠를 수집해 전시하면서 당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전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의 지속적인 도움 없이 한 사람이 짊어지고 나가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때문에 재정난으로 폐관 위기에 처한 박물관도 여럿 있었다.

"사립박물관의 어려움은 국민의 문화의식 부재와 몰이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사립박물관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박물관에서도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트 상품을 만들고, 교류전, 연합전 등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